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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진행된 레드벨벳(Red Velvet) 컴백 쇼케이스에는 의외의 인물이 진행을 맡아 화제가 됐다. 바로 소녀시대의 태연이 마이크를 잡고 후배 레드벨벳 컴백 쇼케이스 사회를 본 것.
이날 태연의 진행은 어느 전문 MC보다 매끄러웠다. SM 엔터테인먼트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리더가 후배를 위해 그림자를 자처한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매우 상징적인 장면처럼 보였다.
이에 대해 취재진 역시 SM 걸그룹의 세대교체 질문을 건넸다. 소녀시대 멤버의 일부가 SM을 떠나면서 레드벨벳이 자연스럽게 차세대 주요 전력으로 떠오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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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의 예리는 이 질문에 “세대교체라는 말은 영광이지만 아직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런 겸손한 답에도 눈길이 가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아직은’이라는 점이다. 레드벨벳이 원하든 원하지 않은 SM 내 걸그룹 세대 교체는 이미 진행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레드벨벳은 SM 걸그룹 계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일까. 한 가요 관계자는 “소녀시대는 초창기 친근한 여동생 같은 콘셉트로 시작해 여전히 발랄하고 내숭 없는 모습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에프엑스는 이름처럼 미스터리를 넘어 난해한 가사와 음악으로 사랑을 받았다”며 “레드벨벳은 앞서 언급한 이 두 걸그룹의 매력을 5명의 멤버가 나눠가진 걸그룹”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레드벨벳이 발표한 주요 곡들을 봐도 이들은 ‘러시안 룰렛’, ‘루키’, ‘빨간맛’ 등 발랄한 면과 더불어 ‘덤덤’, ‘피카부’ 등 난해한 가사의 곡들도 소화한다. 물론 에프엑스의 ‘피노키오’에 비하면 난해한 축에도 못 낀다.
그러나 이런 난해함마저 레드/벨벳 콘셉트로 나눠 대중을 무리 없이 납득 시킨다. 딱 한 가지 색깔에만 안주시키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대중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 않겠다는 SM의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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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멤버들로 눈길을 돌려보면 데뷔 3년차임에도 여전히 개인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칠 만하다. 최근 많은 아이돌들이 멤버 한 명을 띄우고 그룹을 나중에 띄우는 전략과 비교해보면 레드벨벳은 멤버의 동반 성장을 이뤄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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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우선 아이린은 대중의 눈에 확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조이가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레드벨벳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가운데 웬디와 슬기의 가창력이 레드벨벳의 강력한 무기가 됐고 예리가 언니들 틈에서 대중과의 SNS 소통을 담당한다. 막내다운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두에서 밝힌 예리의 말대로 레드벨벳 주도의 세대교체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 이 세대교체가 마무리될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2017년 현재의 레드벨벳은 확고한 그들만의 컬러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 레드벨벳만의 컬러로 이들은 언젠가 소녀시대로부터 내려온 왕관을 물려받을 것이다. 이제 레드벨벳에겐 언제 대관식(戴冠式)을 치르게 되는지만이 남아있다.
사진│SM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동아DB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