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주인공 백윤식은 살인사건을 좇는 과정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도 펼친다. 현재 영화 ‘명당’ 촬영에 한창이지만 또 다른 영화 제안까지 받고 출연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진행형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사진제공|NEW
■ 영화 ‘반드시 잡는다’로 돌아온 백윤식
힘 닿는 데까지 연기해야지…아직은 진행형
나름대로 최선 다한 연기 인정 받으면 뿌듯
그것도 영화 끝나면 끝…새로운 걸 찾게 돼
나름대로 최선 다한 연기 인정 받으면 뿌듯
그것도 영화 끝나면 끝…새로운 걸 찾게 돼
연륜 있는 배우들에 으레 따라붙는 물음은 촬영장에서 연장자로서 어떤 책임감을 가졌느냐는 따위다.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나이와 경력에 어울리는 역할이 있지 않겠냐는 시선이다.
배우마다 성향은 제각각이고 연기하는 방향도 다르다. 나이보다 자신의 연기와 배역, 이야기를 먼저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감히 분류하자면 배우 백윤식(70)도 이에 속한다. 29일 영화 ‘반드시 잡는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현장에서 연장자였다’는 질문을 받은 뒤 담백한 말투로 지나온 과정을 덤덤하게 꺼냈다.
“촬영과 연기는 나에게 현실 그 자체이자 생활이다. 연장자의 입장…,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저 순리대로 해왔을 뿐이니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상처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남들을 아프게 해서도 안 된다고 여겼다.”
백윤식의 화력은 영화 주연으로 활약하는 30∼40대 배우들과 견줘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고유의 개성으로 여러 작품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보이는 배우가 있는 반면 백윤식은 출연작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자극하고 긴장도 안긴다.
최근 참여한 영화들의 흥행 성적 역시 탁월하다. 2년 전 출연한 ‘내부자들’은 감독판까지 더해 915만 명을 모았고, 앞서 ‘관상’ 역시 913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2012년 ‘돈의 맛’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지난해 짧은 출연에도 카리스마를 보인 ‘덕혜옹주’ 역시 559만 명을 불러 모았다.
40년 넘도록 연기를 했지만 출연 영화가 관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그 순간, 백윤식은 “성취감”을 느낀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연기가 인정받을 땐 뿌듯한 마음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가 끝나면 (만족도)그대로 끝나는 거다. 나는 또 새로운 걸 하고 싶다.”

배우 백윤식. 사진제공|NEW
스릴러의 외피를 썼지만 영화는 현실로부터 소외된 인물들, 특히 노년의 사람들에 주목한다. 때때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에 시달리는 노인이 그들만의 힘과 연륜으로 누구도 손대지 못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짜릿하면서도 뭉클하게 펼쳐진다.
“굳이 밝히고 싶지 않지만(웃음), 내 인생에도 주름살이 있기에 심덕수라는 인물에 그리 괴리감을 느끼진 않았다. 물론 나는 창작하는 예술 분야에 몸담고 있다. 사회 일원으로 본다면 일반 사람들과는 좀 다를 수 있지. 그래도 직접, 간접적으로 사회나 현실의 모습을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백윤식은 1969년 연극 무대에 오르고 이듬해 KBS 9기 공채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단역도 했고 조연도 했다. 지금은 영화 주연을 거뜬히 맡지만 불과 10여년 사이의 일이다.
삶의 대부분을 카메라 앞에서 보낸 그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피는 일은 직업 특성상 한계가 분명하지만 그래도 마음이야 늘 열어놓았다”고 했다.
“우리도 젊은 시절,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사회 안에서 완성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 지금 젊은 친구들이 안쓰럽고 안타깝기도 하다. 밝은 세상이 오면 좋겠다. 젊은 친구들이 그 안에서 성숙하는 완성의 길로 들어서길 바란다.”
백윤식이 말한 “완성의 길”은 그 자신에게도 여전히 해당된다. ‘반드시 잡는다’ 역시 그 과정에서 내놓은 작품이다. 한 겨울 폭우 속에 진흙탕에서 뒹구는 액션 연기도 예사로 해냈다. 범인을 좇는 추격전과 몸싸움도 누구의 도움 없이 소화했다.
“정신적인 액션이라고 해야 하나. 목숨까지 내건 액션이다. 하하! 겨울밤 비까지 흩뿌리면서 나뒹굴 땐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체력적인 한계? 아직은 모른다. 틈만 나면 스포츠센터에 가니까. 그게 내 생활이다.”

배우 백윤식. 사진제공|NEW
백윤식은 현재 영화 ‘명당’ 촬영에 한창이다. 매번 기대 그 이상의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그에게 제작진의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다. 요즘도 그의 영화 속 대사는 자주 이야기된다. 얼마 전에는 ‘내부자들’에서 그가 꺼낸 “대중은 어차피 개, 돼지입니다”라는 대사가 한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그대로 흘러나와 논란과 화제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그럴 때면 백윤식 역시 자신의 영화와 그 대사를 “곱씹어보게 된다”고 했다.
“언젠가 ‘힘이 닿는 데 까지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인생에도 퇴장이 있으니까, 직업에서도 퇴장은 있다. 나는 아름답고 조용하게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진행형’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내 인생관이자 작업관이다. 그 의미를 두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