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이상호, 고랭지 배추밭부터 유로파컵 우승까지

입력 2017-12-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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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간판선수 이상호(가운데)가 9일(한국시간)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유로파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스키협회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간판선수 이상호(가운데)가 9일(한국시간)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유로파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스키협회

한국은 설상종목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알파인 스노보드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그렇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많지만,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수를 찾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상호(22·한국체대)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도 그래서다.

이상호는 9일(한국시간)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P) 유로파컵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PGS) 1차대회 결승에서 실뱅 뒤푸르(프랑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 2016년 12월 알파인월드컵(이탈리아 카레차)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입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뒤 2017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3월 월드컵(터키 카이세리) 은메달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처음에는 강원도 사북의 배추밭에서 썰매를 타며 성장한 배경이 눈길을 끌었는데,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견줘도 전혀 밀리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파컵은 월드컵보다 한 단계 아래의 대회지만,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시 제이 안데르손(캐나다)과 2014소치동계올림픽 2관왕 빅 와일드(러시아), 2016년 세계랭킹 1위 라도슬라브 얀코프(불가리아)까지 참가했다. 이상호는 16강에서 안데르손, 8강에서 와일드를 연이어 만나는 대진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승까지 순항했다.

이상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상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결승 상대 뒤푸르도 지난해 이 대회 2연속 우승을 차지한 강자였다. 이상호는 결승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뒤푸르에게 다소 밀리는 양상이었지만, 특유의 막판 스퍼트로 짜릿한 역전극을 일궈냈다. 대표팀 이상헌 감독은 “이상호의 최대 강점은 가속을 붙이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이날 결승전에서 그의 강점이 발현된 것이다. 경기에 완벽하게 집중하지 못했던 과거의 약점도 완전히 지워낸 듯했다.

이상호는 대회 직후 “비시즌에 연습이 잘됐고, 장비에 대한 적응도 완벽히 끝났다는 것을 확신했다. 올림픽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뻐했고, 이 감독도 “올림픽에 맞춰 열심히 준비했다. 대한민국이 설상 종목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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