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탁! 치니 억! 하고…” 얼마나 리얼할까

입력 2017-12-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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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열린 영화 ‘1987’ 제작보고회 모습. 왼쪽부터 배우 박희순, 하정우, 김윤석, 장준환 감독, 배우 김태리, 유해진, 이희준. 스포츠동아DB

故 박종철 고문 사건 다룬 영화 ‘1987’
장준환 감독 “보통사람들 용기 담았다”


“1987년과 2017년은 연결된 느낌이다.”

영화 ‘1987’(제작 우정필름)을 연출한 장준환 감독은 13일 언론시사회에서 작품을 공개한 뒤 지금, 왜, 1987년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이어진 양심고백, 6월 항쟁까지의 과정을 그물처럼 촘촘히 엮은 감독은 “그 때나 지금이나 절망스러울 때 국민 스스로 서로에 힘을 준다”고 했다.

12월 ‘한국영화 빅3’의 마지막 주자인 ‘1987’이 부당한 권력을 향해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직하면서도 뭉클하게 완성했다. “마치 쇼트트랙 계주에 오른 기분이었다”는 주연배우 김윤석의 설명처럼 하정우와 유해진, 김태리는 물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설경구와 강동원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스타들이 사건별로 등장해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이끈다. 이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분위기로 인해, 누구 한 명 주연으로 꼽기도 어렵다. 오히려 ‘1987년 그 시대가 주인공’이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영화 ‘1987’의 한 장면들. 사진제공|우정필름


영화는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여진구)이 고문 끝에 사망한 당일의 긴박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대공처장(김윤석)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표로 은폐를 시도하지만, 의문을 품은 검사(하정우)와 기자(이희준) 등은 진실을 향한 싸움을 시작한다.

‘1987’은 주요 인물 대부분을 실명 그대로 등장시킨 것은 물론 박종철 사망부터 6월 항쟁이 시작된 6월까지의 주요 상황을 날짜별로 나눠 담아낸다. 주요 인물 가운데 허구의 캐릭터는 김태리가 맡은 87학번 대학생이 유일하다.

장준환 감독은 “박종철 열사로 시작해 이한열(강동원) 열사로 마무리하는 극의 구조 안에서 평범한 보통사람이 연결고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의 용기, 두려움에도 양심의 소리를 냈던 모든 사람들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1987’은 지난해 국정농단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정권교체 등 이슈와 맞물린다. 실제로 촛불집회가 줄곧 6월항쟁과 비교되기도 했다. 이희준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한창 촛불집회가 열리던 시기였다”며 “영화 출연 여부를 떠나 촛불집회에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광장으로 나갔고,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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