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과 헤어지는 서울…‘수원행’ 만큼은 촉각

입력 2018-01-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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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왼쪽). 스포츠동아DB

데얀(왼쪽). 스포츠동아DB

현역생활 연장 의지…새 외인 영입 노력

팀을 상징하는 전설이 정든 둥지를 떠난다. 여기까진 누구나 이해할만한 세상의 이치다. 그런데 새 행선지가 반대편에 놓인 적진 한복판이라면 그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후폭풍은 이미 불어오기 시작한 모습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이 계약기간을 마친 간판 공격수 데얀(37·몬테네그로)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1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데얀과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제안했지만 선수 본인이 현역생활을 연장하기 원했다”고 설명했다.

데얀은 서울 구단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8년 서울 유니폼을 입은 뒤 6년간 같은 자리에서 활약했고, 중국 슈퍼리그 외도 이후 2016년 다시 팀으로 돌아와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남긴 통산 성적은 267경기 154점 38도움.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선 선수와 구단의 입장 차이가 걸림돌이 됐다. 1981년생 데얀은 올해로 한국나이 서른여덟이 된다. 현재 K리그에서 그보다 나이 많은 공격수는 이동국(39·전북 현대) 뿐이다. 지난해에도 변함없는 성적(37경기 19점)을 올렸지만 서울은 데얀의 나이에 부담을 느꼈다. 여기에 2018시즌을 맞아 새 판을 짜려는 방침도 함께 작용했다.

반면 선수는 현역생활을 이어가기로 입장을 정했다.

황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외국인선수임에도 8년간 팀에 헌신했고, 여전히 좋은 기량을 지니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팀이 발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재계약 불발로 많은 이들이 실망하셨겠지만, 믿고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여러 방면에 걸쳐 새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부로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데얀을 둘러싸고 국내·외 구단들의 영입경쟁이 벌어진 가운데 현재 승선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꼽히는 곳이 수원 삼성이다. 데얀이 정말 수원으로 간다면 서울에 상당한 부메랑이 될 전망이다. 라이벌에 구단의 상징을 내준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데얀은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을 일컫는 ‘슈퍼매치’에서 여러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틈날 때마다 서울을 향한 무한한 충성심과 애정을 드러냈고, “서울 엠블럼의 의미를 잘 모르는 이들이 있는 듯하다”는 등의 날카로운 표현으로 소속감이 2% 부족했던 동료들을 일깨우기도 했다. 서울 선수가 수원으로 향하는 사실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역시 혹시 모를 데얀의 수원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황 감독 역시 “데얀의 수원 이적 여부에 대해선 알아보고 있는 단계”라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3일 입국 예정인 데얀의 행보에 K리그 겨울 선수이적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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