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도환 “나의 특급비밀은 거짓 하나 없이 알몸처럼 쓴 메모들”

입력 2018-01-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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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환은 올해 큰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다.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뜻깊은 한 해를 보낸 그는 2018년에도 쉼 없이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우도환은 올해 큰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다.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뜻깊은 한 해를 보낸 그는 2018년에도 쉼 없이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드라마 ‘매드독’으로 KBS 신인상 잡은 ‘아날로그 청년’ 우도환

좋은 이야기들 적은 메모들…내 일대기랄까
가족들 위해 첫 독립, 세상을 알아가고 있죠
새해에도 부모님께 기쁜 눈물 안기고 싶어요


연기자 우도환(26)은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운동은 힘들다”는 어머니의 말에 학업에 집중했다. 고교 2학년 때는 친구 따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파일럿을 잠시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 없었다. 입시를 앞둔 고3 시절 부모님의 권유가 지금 그를 이 자리로 이끌었다.

“젊은 시절 연극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 만약 부모님이 얘기해주지 않으셨으면 연기자의 꿈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친구들보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입시를 위해 열심히 했다. 실기에 주력하다보니 (학급석차가)1등하다가 30등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하! 포기하지 않고 재수해서 대학에 진학했다.”

부모가 방향을 제시했지만, 선택은 우도환의 몫이다. 스스로 하고자하는 의지가 없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등을 떠민다고 해도 억지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우도환은 “꿈을 이뤘다고 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다. 연기를 계속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우도환은 2018년 최고 기대주로 뽑힌다. 지난해 보여준 활약상은 올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신뢰를 안겨준다. 2016년 영화 ‘마스터’에서 스냅백 역할을 맡아 강렬한 데뷔 신고식을 치르고 지난해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구해줘’와 KBS 2TV ‘매드독’까지 종횡무진 방송가를 누볐다. 신인으로서 패기와 당찬 연기력을 인정받아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는 “상이 엄청 무겁다. 앞으로의 책임감 같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적인 연기자,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기자 우도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우도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우도환의 ‘좋은 사람’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래부터 했다. 재수생 시절 쌀국수 전문점, 빵집, 커피숍에서 일하고 2011년에는 단역 아르바이트하며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사람을 대하는 법,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을 배웠다. 그는 “학창시절 누구에게나 모범이 될만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잃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우도환은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청년이다. 스마트폰은 연락망 정도로 활용할 뿐이다. 최근 관심은 새로 이사한 동네와 가장 가까운 도서관 찾기다. 그는 “휴일이나 잠깐의 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에 간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서점에서 다섯 페이지 정도 읽고 마음에 들면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고 웃는다.

우도환이 부모, 여동생과 함께 살다 독립한 것은 자신보다 가족을 더 위해서다. 새벽에 일정이 끝나 아무리 조용히 들어간다고 해도 부모가 그를 맞이한다. 또 본가인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을 오가는데 “길 위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도 독립의 이유다.

“관리비를 한 달밖에 안 냈으니 독립한지 정말 얼마 안 됐다.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 신용카드도 태어나 처음 만들었다. 정수기 빌리는 데 할인해준다고 해서. 하하!”

인테리어 수준은 아니어도, 우도환은 현재 필요한 가전제품을 하나씩 장만하고 있다. 그리고 이사하면서 다른 짐은 빼놓더라도 메모 수첩만큼은 챙기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의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그는 메모지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스무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해 그 양이 상당히 많다.

“주변에서 해주신 좋은 얘기는 언제든 되새길 수 있게 남겨놓고 싶다. 일기 쓰듯이 거짓 하나 없이 알몸으로 썼다고 해도 될 정도다. 하하! 스무 살 때부터 우도환의 일대기랄까. 누가 보여 달라고 하면 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미래의 신부에게도 못 보여줄 것 같다.(웃음)”

연기자 우도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우도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우도환은 새해를 맞으며 지난해처럼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렇게 효도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제가 태어났을 때와 지금이 가장 큰 효도이지 않을까. 부모님이 기분 좋은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과도 약속했다. 상반기 방영될 MBC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그는 “연기하며 만족하는 일이 많지 않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기소침 하는 순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기운을 북돋았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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