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제적 남자’ 블락비 박경, 그가 말하는 음악 그리고 인생

입력 2018-01-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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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그룹 블락비의 박경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의 음악적 재능은 인정받고 있다. 8일 리패키지앨범을 시작으로 솔로, 그룹 앨범 작업으로 한 해를 보낼 계획인 박경은 “트렌디 음악보다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세븐시즌스

■ 리패키지앨범 발매한 ‘블락비’의 문제적 남자 박경

문제 푸는 사람으로 알아 스타일 바꿨는데, 대중 못 알아봐
타이틀곡 작사·작곡·프로듀싱…듣기 좋은 음악 만드는 게 꿈


최정상급 그룹이어도 소속 멤버들까지 모두 대중에 알려지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룹 블락비는 활동 경력이나 그들이 가진 재능에 비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룹이다. 리더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지코가 대중적으로 유명한 편이다. 멤버들이나 팬들이 들으면 섭섭할 이야기지만, 열혈 팬이 아니고서야 한 그룹의 멤버 개개인을 모두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멤버들 가운데 최근 솔로앨범과 프로듀서, 그리고 tvN 예능프로그램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이가 박경(26)이다. 그는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살려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경은 8일 발표하는 블락비의 리패키지앨범 타이틀곡 ‘떠나지 마요’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맡았고, 팬들 역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블락비 앨범은 지코가 줄곧 프로듀싱을 도맡아왔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싱글 ‘예스터데이’를 시작으로 조금씩 프로듀싱을 하고 있다. 당시 곡이 인기를 얻어서 자신감이 붙었다. 지코랑 동갑내기로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느냐고 많이 묻는다. 견제? 우리 둘은 초등학교 친구다. 질투나 그런 걸 느낄 틈이 없다. 상대방이 잘되는 걸 서로 응원해주는 스타일이다.”

박경은 욕심이 많은 편이지만, 그룹의 일이라면 언제 그랬냐는듯 그 욕심이 사라진다. 2016 년 초 솔로앨범을 발표해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새로운 솔로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자신도 “너무너무 솔로앨범을 내놓고 싶지만 팀이 먼저”라는 생각에 솔로앨범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스터데이’도 솔로곡으로 만든 노래였다. 팀에 더 어울릴 것 같아 계획을 바꿨다. 블락비나 솔로, 두 가지 앨범에 차별을 두고 곡을 쓰는 편이 아니다. 곡을 만들고 어디에 더 어울릴까를 생각하는 편이다.”

박경의 ‘맥가이버 머리’. 사진제공|세븐시즌스


박경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블락비 6집 ‘몽타주’ 활동을 하면서 외모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뒷머리가 긴 일명 ‘맥가이버 머리’다. 자신을 가수가 아닌 “(‘문제적 남자’ 속에서)문제 푸는 사람”인 줄로만 알아봐 단행한, 나름의 변신이었다.

“하하! 이젠 절대 하지 않을 거다. 그 헤어스타일에 도전한 건 여러 이유가 있었다. 대중이 저를 알아보지 못했다. 본업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슬픈 일이었다. 예능프로그램 속 제 모습과 똑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과거 일본에서 콘서트를 할 때였다. 2000명 정도 팬들이 모였는데 제 팬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현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일본은 예쁘장한 모습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예쁘고 단정된 모습만 보여주려 하다가 처음 변신한 것이었는데 주위에서도 ‘절대 하지 말라’고 하더라.”

‘문제적 남자’에서 그의 모습은 강렬하다. 수학영재원 출신이라는 점과 상위 2%의 IQ 테스트(156이상)를 통과한 사람들의 국제적인 모임 ‘멘사’ 회원이라는 사실 모두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기존 멤버였던 RM(방탄소년단 멤버)의 뒤를 이어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가수와 예능인의 괴리감 같은 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저를 많이 알아야 제 음악을 많이 들어줄 것 같았다.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지 않나.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과 성격을 보여주니 오히려 편했다. 지금은 전현무, 이장원, 하석진, 김지석, 타일러 등 형들이랑 사적으로 친해져서 장난도 많이 친다. 방송에 나가지 못하는 장면이 더 많을 정도다. 하하하!”

그룹 블락비. 사진제공|세븐시즌스


그룹 내에서도 형들이 많고,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막내다. 그런 그가 주위에서 듣는 이야기는 주로 “너 나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 늙은이’ 같은 게 아니라 아무리 형이라고 해도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된다는 강박 같은 개념이다.

“인생의 모토로 세운 몇 가지가 있다. 모든 것에 감사하자, 남한테 피해주지 말자는 거다. 평소 나이 많은 형들이랑 잘 어울린다. 대화도 잘 통한다. 형들이랑 식사를 할 때도 꼭 내가 먼저 계산을 해야 할 것 같다. 사람들한테 미안해지는 게 싫다. 요즘 들어 멤버들이랑 있을 때도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 멤버의 일원으로 장난도 많이 쳤다면,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하고 나서부터는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 지코가 우리한테 했던 행동이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더라.”

블락비 박경. 사진제공|세븐시즌스


박경은 새해가 되고 나서 큰 계획을 몇 개 세웠다. 8일부터 리패키지앨범 활동을 하고 일본 콘서트를 마무리하면 솔로, 그룹 음악 가리지 않고 음악작업을 할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랩을 해왔던 터라 랩이 주를 이루는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의 입맛에 모두 맞출 수는 없지만 ‘트렌디하다’는 말보다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또 솔로나 블락비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가수의 음악도 프로듀싱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박경은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블락비와 팬들은 “서로 미안해하는 사이”란다. 그러면서 박경은 “우리는 자주 활동을 하지 않아서 미안하고, 팬들은 우리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1위로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미안해한다. 더 이상 음원성적으로 우울해하고 상실감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음악 들으면서 서로 행복하게 지내자”는 바람을 전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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