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태인-이대형-최준석(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프리에이전트(FA) 중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A 구단 실무자의 말이다.
겨울 추위가 절정이어서인지, KBO 스토브리그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빅5’ 계약이 마무리된 FA 시장은 더 차갑게 꽁꽁 얼어 붙었다.
이번 스토브리그 역시 대형 계약이 줄을 이었다. 역대 세 번째 100억원대 계약자인 김현수는 LG와 4년 총액 115억원에 사인했다. 총액 80억원 이상 계약만 5건이었다. 수 백 억원이 오간 계약이지만 쏠림 현상은 어느 해 보다 컸다.
몇 해 전까지 국가대표 리드오프였던 이종욱이 NC와 맺은 1년 5억원 잔류계약은 구단들의 냉철한 평가를 상징한다.
9일까지 아직 8명의 FA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못했다. 그 중 김주찬은 KIA와 계약기간을 놓고 막바지 협상 중이기 때문에 시장에 나온 자원으로 보기 어렵다. 한화 소속이던 정근우와 안영명도 원 소속구단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우완 불펜 투수 김승회도 두산 잔류가 유력하다.
정근우-김승회(오른쪽). 스포츠동아DB
실질적으로 우타거포 1루수 최준석(전 롯데), 3할 타율이 가능한 1루 좌타자 채태인(전 넥센), 외야수 이우민(전 롯데), 빠른 발이 강점인 외야수 이대형(전 kt)이 시장에 나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구단의 편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최준석, 이우민은 롯데와 재계약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하다. 이우민은 코치제의까지 마다하고 FA를 선언했다. 롯데는 두 선수를 예우하는 의미를 담아 타 팀과 계약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하다. 최준석은 홈런생산능력이 뛰어나지만 만 35세의 나이, 풀타임 출전능력 등에서 점수가 낮다. 36세가 된 이우민은 백업 외야 자원으로 분류된다. 각 팀이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입지가 매우 좁다. 채태인은 넥센과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타 팀과 계약도 반기는 구단 운영방향이 담겨져 있다.
이우민. 스포츠동아DB
이호준이 은퇴한 NC가 베테랑 1루수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유영준 단장은 “현장이 공들여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외부 FA영입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릎부상으로 전반기 복귀가 불투명한 이대형도 kt와 협상이 난항이다. kt 역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한 구단 경영진은 “이미 상당수 팀들이 올 시즌 전력구성을 마무리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까지 끝난 팀이 대부분이다. 보상선수가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 고액연봉자다. 연봉의 300%인 보상금도 부담이 따른다. 연봉을 대폭 낮추고 1년 등 단기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타 팀과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최준석은 보상금이 12억원, 채태인과 이대형은 9억원이다. 현 시점에서 30대 후반인 이들에게 장기계약과 높은 계약금을 안길 팀은 없는 상황이다. 냉혹한 현실이지만 당연한 시장논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FA를 선언했지만 끝까지 계약에 실패해 강제 은퇴한 사례는 이도형, 노장진, 차명주 등이 있었다. 최영필의 경우 2010시즌 후 FA를 선언했지만 계약에 실패한 뒤 해외 독립리그 등에서 던지며 현역연장 의지를 다졌다. 1년 뒤인 2011년 시즌 후 한화가 보상권리를 포기하면서 SK에 입단해 2017시즌까지 뛰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