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의 ‘자아도취’…명품 공항? 거품 공항!

입력 2018-01-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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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면세점, 18일 문을 연 제2여객터미널의 프리미엄 라운지 홀, 제2여객터미널 내의 실내조경시설(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첨단 시스템과 화려한 시설 등 돋보이는 하드웨어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지만, 공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시그니처 콘텐츠의 개발에서는 다른 해외 공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면세점, 18일 문을 연 제2여객터미널의 프리미엄 라운지 홀, 제2여객터미널 내의 실내조경시설(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첨단 시스템과 화려한 시설 등 돋보이는 하드웨어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지만, 공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시그니처 콘텐츠의 개발에서는 다른 해외 공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워커힐 호텔앤리조트

■ 인천천공항공사 무엇이 문제인가 <중>

크고 화려한 시설에 콘텐츠는 빈곤…차별화 없는 면세점·고급 식당만 즐비

머스트 바이 아이템 개발은 나몰라라
과도한 임대료로 음식값 상승 부추겨
아시아 허브공항 경쟁력 우려 목소리


18일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열었다. 인천공항 경영을 맡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정일영)는 요즘 하루에도 서너번씩 보도자료를 낸다. 제2여객터미널의 수하물 대란과 오도착 여객에 대한 상황설명이다. 시스템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해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작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기점으로 절실히 요구되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장미빛 그림’과 막연한 포부만 있을 뿐이다.


● 인천공항엔 왜 한국의 ‘도쿄 바나나’가 없을까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지인의 선물로 사본 경험이 있는 기념품이 있다. 노란색의 작은 바나나 모양, 그래서 상표도 ‘도쿄 바나나’라고 붙어있는 케이크이다. 도쿄의 관문인 하네다, 나리타 공항을 비롯해 어지간한 일본 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품이다. 귀여운 디자인, 괜찮은 맛, 가격도 1만원 이내로 ‘착하다’ 보니 공항서 일본여행을 기념하는 ‘머스트 바이’ 아이템이 된 명물이다.

시선을 인천공항으로 돌려보자. 우리에게도 ‘도쿄 바나나’처럼 공항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상품, 콘텐츠가 있을까 반문하면 대답하기 어렵다. 공항은 이제 관광산업에서 한국의 첫 인상을 느끼는 시작점이자, 한국방문의 추억을 마무리하는 종착점이다.

지난해 방일 관광객 2869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일본은 공항마다 여행객의 눈길을 끄는 개성있는 상품이나 콘텐츠가 있다. 하네다, 나리타 공항의 ‘도쿄 바나나’가 있다면 규슈여행의 관문 후쿠오카 공항에는 ‘병아리빵’(히요코 만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삿포로 치토세 공항에는 인기 캐릭터 도라에몽의 미니 테마파크, 밖에서 제조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로이스 초콜릿의 작은 공장 등이 국제선과 국내선 연결구간에 있다.

즐비한 대형 면세점과 고급식당, 거대한 시설과 화려한 인테리어가 공항 콘텐츠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인천공항과는 접근 시각이 다르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 맛집 대거 입점 냉소적, “임대료 높은데 양질 음식을 저렴하게?”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10여일 앞두고 인천공항은 신규 입점 식당을 공개했다. 1터미널 8곳, 2터미널 15곳 등 총 23개 업소가 새로 입점하는데, 인천 화평동 냉면 같은 지역 맛집부터 미슐랭2스타 임정식 셰프의 ‘평화옥’ 같은 일품 맛집까지 다양한 업소가 들어왔다.

그런데 공항 신규 맛집을 소개하는 기사의 댓글을 보면 맛집에 대한 기대보다 “그래도 비싸고 맛없다”, “맛이 문제가 아니라 가격이 문제” 등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일본 나리타만 해도 500엔, 600엔에서 한 끼 해결이 가능한 메뉴가 많은데, 우리는 기본 8000원∼1만원부터 시작한다”거나 “나갈 수 없으니 배고파서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걸 이용하는 듯” 등 음식가격에 들어간 이른바 ‘공항 거품’에 대한 거부감도 높았다.

특히 “맛집 들어오면 뭐하나, 월세 내느라 음식값이 2∼3배인데…”, “공항공사가 임대료 장사하는 데 맛있을 수가 있나”, “상상 이상으로 높은 입점료에서 양질의 음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은 어렵죠”라며 인천공항공사의 과도한 ‘임대료 장사’가 결국 음식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 대형 면세점과 고급식당 있으면 ‘명품공항’이라 착각


요즘 여행 트렌드 중에 ‘공항에서 놀기’가 있다. ‘공항서 놀기’의 진수는 어느 공항이나 있는 비슷비슷한 면세점이나 식당, 카페에서 시간 때우는 것이 아닌 그 나라 공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즐거움이다.

인천공항과 아시아 허브공항을 경쟁하는 홍콩 첵랍콕 공항은 ‘공항서 놀기’가 무척 좋다. 공항에서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 거리에 해상 케이블카 옹핑 케이블카와 대형 아울렛 매장이 있어 여행 마지막 날을 공항 근처에 보내는 관광객이 꽤 있다.

유럽의 새 허브 공항으로 주목받는 핀란드 헬싱키의 반타공항은 공항 안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남다르다. 반타 공항의 매력은 굳이 표지판을 붙이지 않더라도 ‘아 핀란드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친화적이고 심플하면서 따스한 정감을 주는 핀란드 디자인 마인드를 공간 구성부터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하네다 공항 역시 출국장에 에도시대 고풍스런 상점가를 재현한 에도코지(江戶小路)를 조성해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의 경우는 어떤가. 면세점과 고급식당, 비싼 요금의 유료 라운지는 있지만 정작 여행객들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마음에 담아둘 콘텐츠는 태부족이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이륙하는 비행기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제네바 공항), 활주로를 보며 즐기는 온천(치토세 공항), 아니면 출국 전 마지막으로 즐기는 타이 마사지(수완나품 공항)처럼 그 나라의 특색을 담아 진한 여운을 주는 것이 없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대표 허브공항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무한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화려하고 고급진 시설만이 경쟁의 전부라고 여기는 인천공항의 ‘자아도취’가 답답하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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