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털 팰리스 이청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모든 게 잘 풀리는 듯 했다. 3년 만의 친정팀 복귀가 임박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동료의 부상이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의 챔피언십(2부리그) 볼턴 원더러스 입단이 불발됐다. 유럽축구 겨울 선수이적시장이 마감된 2월 1일(한국시간)까지도 끝내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정말로 간절했던 변화였다. 2015년 2월 안착한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외면을 받으며 벤치 신세로 전락한 이청용이었다. 올해는 특히 절박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더 이상 남아있는 건 무의미했다.
한 때 국가대표팀 붙박이 오른쪽 날개로 통한 그였지만 지금은 선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했다. 볼턴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편안히 연착륙할 만한 곳은 친정이었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이청용이 완전 이적하려면 최소 10억원 이상 필요했다. 임대가 현실적이었다. 두 팀의 합의도 무난했다.
하지만 이적시장 마감일에 크리스털 팰리스가 갑자기 ‘노(NO)’를 외쳤다. 측면 미드필더 바카리 사코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하자 로이 호지슨 감독은 전력 약화를 우려해 이청용의 잔류를 구단에 요청했다.
“매우 당황스럽다. 우호적으로 임대이적을 허락해줬던 크리스털 팰리스와 볼턴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던 이청용의 축구 여정은 정말 파란만장하다. K리그1(클래식) FC서울에서 뛰다 2009년 여름 당시 EPL 소속 볼턴 유니폼을 입으며 유럽 도전을 시작한 그는 승승장구하던 2011년 7월 연습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에 정강이 골절상을 입었다.
붙박이 날개의 부상과 함께 볼턴도 하염없이 추락했고, 결국 챔피언십으로 밀렸다. 오랜 재활 끝에 2012년 5월 선수단에 복귀했으나 승격에 실패했다. 2015년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제2의 전성기를 꿈꿨으나 아쉬움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