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KBL 새 외인제도, 왜 라틀리프에 맞추나?

입력 2018-02-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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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귀화한 서울 삼성의 센터 라틀리프는 다음 시즌 KBL리그에 참가할 외국인선수 가운데 트로이 길렌워터의 참가 여부를 아주 궁금해 한다. 길렌워터는 품행이 나빠 2년간 KBL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기량만은 빼어난 선수이기에 영입을 탐내는 팀이 많다. 사진제공 ㅣ KBL

2m미만 키·연봉 2명 합계 최대 70만불 제한
“라틀리프보다 크지 않고 연봉 덜 받으란 말”
몇몇 구단, 대항마 길렌워터 컴백 벌써 관심

“다음시즌에는 길렌워터가 뛸 수 있는건가?”

최근 한국국적을 취득한 서울 삼성의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9·199cm)는 구단 관계자에게 다음시즌 트로이 길렌워터(30·197cm)가 KBL에서 뛸 수 있는지 여부를 아주 궁금해 했다. 길렌워터는 국내 농구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다. 2014∼2015시즌 고양 오리온, 2015∼2016시즌 창원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LG시절에는 51경기에서 평균 26.2점을 기록하면서 득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트로이 길렌워터. 스포츠동아DB



● 길렌워터, 외인들에게 ‘공포의 대상’

길렌워터는 최근 2시즌 동안 국내 프로농구 무대에 서지 못했다. 2015∼2016시즌 자주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돈을 세는 동작을 하고 작전타임 시간에 중계방송 카메라를 향해 수건을 던지는 등 돌발행동을 해 KBL이 2년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참가자격 자체를 제한했다.

기량만 놓고 본다면 길렌워터는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가 되기에 모자람 없다. 상대를 압도하는 파워는 기본이고 기술까지 갖췄다. 득점 반경이 골밑에만 치우친 것도 아니다. 미들레인지 게임과 3점슛까지 강점이 있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막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라틀리프는 길렌워터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 선수 가운데 하나다. KBL이 길렌워터에게 트라이아웃 참가자격을 제한했을 때 삼성에서는 내심 이를 반기기도 했을 정도다. 삼성 이상민(47) 감독은 “라틀리프가 길렌워터와의 매치업을 항상 힘들어했다. 그래서 길렌워터가 뛰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 같더라”면서 웃었다. 라틀리프 뿐 아니라 찰스 로드(KCC), 데이비드 사이먼(KGC) 등 KBL 장수 외국인 모두가 길렌워터를 부담스러워 한다. 로드는 “내가 상대해본 선수 중에서 포스트업을 가장 잘하고 힘까지 좋은 선수다. 거기다 외곽슛까지 쏜다. 막기 어려운 선수다”고 했다.

길렌워터는 지난해 여름 중국 2부리그에서 강정수 감독이 이끄는 산시 울브스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40.6점을 기록하며 팀에 우승을 안겼다.

사진제공 | KBL



● 신장제한, 누구를 위한 룰인가?

KBL이사회는 다음시즌 외국인선수 신장제한을 더 낮췄다. 기존 제도에서 장신선수는 신장제한이 없었지만, 다음시즌부터는 200cm이하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자유계약이라고 하지만 연봉상한선도 2명 합계 최대 70만 달러로 정했다. 이 가운데 1명에게 50만 달러를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해외리그를 기준으로 했을 때 라틀리프의 적정 연봉은 35만∼45만달러 사이다. 결과적으로 KBL이사회의 결정이 철저하게 라틀리프를 기준으로 맞춘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구단 감독은 “라틀리프가 귀화를 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리그의 제도가 특정 선수를 기준으로 맞춰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라틀리프보다 큰 선수도 데려오지 말고, 비싼 선수도 데려오지 말라는 의미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미 몇몇 구단은 길렌워터의 근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음시즌 외국인선수 제도의 기준점인 라틀리프를 제압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구단 감독은 “자유계약을 하기로 했으면 구단이 필요한 선수를 자유롭게 영입하면 되지 않는가. 왜 KBL수뇌부의 뜻에 맞는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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