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삼중고 한 방에 날린 ‘지만갑’

입력 2018-03-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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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 사진제공|영화사 무비락

여배우·멜로·신인감독 세 가지 한계 극복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명품 멜로 탄생


여배우와 멜로 그리고 신인감독. 영화계가 늘 필요로 하지만 정작 소극적으로 대해온 탓에 ‘한국영화의 숙제’로 꼽힌 세 가지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영화가 탄생했다. 14일 개봉하는 손예진·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다.

시사회를 거치면서 흥행 가능성을 높이지만 그와 별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제작 무비락)는 다양한 의미를 드러낸다. 여배우가 가진 힘이 얼마나 매력적이면서도 절대적인지를 증명하는 작품이자, 멜로장르 고유의 따뜻하면서도 애잔한 감성을 오랜만에 일깨운다. 향후 활약상이 더 기대되는 신인감독의 탄생도 알린다.

단연 돋보이는 주역은 손예진. 연기자로 살아온 20년의 경험을 이번 영화에 온전히 쏟아냈다. 최근 ‘덕혜옹주’,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으로 여배우로는 유일무이한 티켓파워를 과시해왔지만 이번엔 가장 어려운 장르로 꼽히는 멜로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더욱 공고히 다졌다.

20대의 청순함부터 가정을 이룬 30대의 안정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는 비극적인 상황까지 짧지 않은 시간, 한 인간이 처한 운명을 소화해야 하는데도 손예진은 흔들림이 없다. ‘갓예진’이라는 평가가 어울리는 활약상이다.

멜로영화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 해갈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일본소설이 원작이고 이미 일본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각색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정서에 맞는 멜로영화로 재탄생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손예진은 “멜로 장르에서는 감정 표현의 수위가 특히 중요하다”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드러내면서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도록 하는 일은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만큼 만족이 큰 장르가 멜로라고 짚었다. “2000년대 초반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멜로영화를 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이 된 지금, 내 나이에 맞는 멜로연기를 할 수 있어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이장훈 감독(가운데). 사진제공|영화사 무비락


연출자 이장훈 감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장편 데뷔했다. 늘 새 얼굴에 목말라하는 영화계에 실력 있는 신인감독의 등장을 알린다. 특히 ‘서울대 공대 출신 40대 남성감독’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감성도 진하다. 이 감독은 “처음 원작소설을 읽고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훌륭한 원작에 손을 대는 일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고, 그래서 밀어붙였다”고 했다. 제작진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전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로 각색한 시나리오를 원작 출판사와 영화 제작사에 건넸고 곧장 “만족스럽다”는 답을 얻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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