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원 루키’ 한동희, 롯데의 7전8기 주인공

입력 2018-04-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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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한동희.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4월의 첫 날이었음에도 사직구장 롯데 덕아웃에는 봄이 오지 않은 듯했다. 1일 NC전에 앞서 타격연습을 돕는 코치들은 일부러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 애썼다. 그러나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롯데는 개막 후 단 1승도 하지 못했다. 3월 24일 개막전 이래 7번을 싸워서 전부 졌다. 1승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믿기지 않는 상황 앞에서 롯데 선수, 프런트는 할말을 잃었다. 이럴 전력이 아닌데 이렇게 되어버리니 ‘집단 멘붕(멘탈 붕괴)’ 현상이 일어난 듯했다.

3월의 마지막 날 롯데는 지역 라이벌 NC에 패했다. 7연패에 성난 한 롯데 팬은 퇴근 하는 이대호(35)에게 치킨 상자를 집어던지고 도망치는 ‘테러’를 일으켰다. 롯데는 “밀착 경호로 불상사를 막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피해자인 이대호도 별 말이 없었다. 야구 못하는 것이 죄가 되는 판이니,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은 롯데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 외국인투수 브룩스 레일리는 7이닝을 7안타 5삼진 2실점으로 막았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8회초 1이닝을 막기 위해서 진명호~이명우~배장호를 쏟아 부었다. 마치 포스트시즌 같은 총력전이었다.

롯데 진명호.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그러나 NC도 롯데의 첫 승 가는 길을 쉽게 놔주지 않았다. 1-1 상황에서 6회 NC 최준석은 친정 롯데에 비수를 꽂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NC 김경문 감독은 이닝이 거듭될수록 강력한 불펜투수를 투입해 롯데를 조였다.

3월까지 팀 타율(0.196) 팀 출루율(0.290) 팀 장타율(0.275) 꼴찌이자 팀 홈런 3개에 불과했던 롯데에게 1점 차는 1점 이상의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8회말 2아웃까지 롯데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6번타자 앤디 번즈가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타순은 하위타선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타석에 선 이는 한동희(19). 롯데가 ‘미래의 이대호’를 꿈꾸고 육성하는 전력이었지만 이제 고교를 갓 졸업한 신인 3루수였다. 연봉 2700만원의 한동희가 결정적 순간에 롯데를 구했다. NC 김진성을 상대로 사직구장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3루타를 터뜨린 것이다.

순식간에 2-2 동점이 됐고, 흐름이 드디어 롯데로 왔다. NC는 마무리 임창민을 투입해 상황을 차단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엔 8번타자 신본기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신본기의 좌익수쪽 2루타로 한동희가 들어와 역전점수가 나왔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3-2로 뒤집자 마무리 손승락이 출격했다. 3자범퇴로 9회초를 막아내 롯데의 2018시즌 1승이 7전8기 끝에 나왔다. 경기 직후 한동희는 “타석에서 직구와 포크볼을 생각했다. (직구가 들어와) 과감하게 휘둘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연패 동안 선배님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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