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 지워진’ 수원벌 슈퍼매치, 사라진 흥행보증수표

입력 2018-04-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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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수원삼성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한 서울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반도를 뒤덮은 시뿌연 미세먼지 만큼이나 답답했다. 후반 추가시간을 포함한 93분 동안 아쉬운 플레이가 계속됐다. 너나 할 것 없이 안타까운 탄식만 내뱉던 스탠드에서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올 시즌 첫 번째 ‘슈퍼매치’ 풍경이다. K리그 대표 상품답지 않았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5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정규리그 시즌 첫 홈 승리를 갈구한 수원도, 시즌 첫 번째 승리를 꿈꾼 서울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내용과 결과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수원삼성 경기에서 수원 데얀이 서울의 수비를 뚫고 공격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존재감 없었던 데얀

이날 경기를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올 초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 서울을 떠나 수원에 둥지를 튼 데얀이었다. 슈퍼스타가 친정을 향해 칼날을 겨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데얀은 8시즌 동안 서울에 몸담으며 슈퍼매치 25경기에서 7골·4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실망스러웠다.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36분 임상협과 교체될 때까지 수원이 시도한 9차례 슛 가운데 데얀의 슛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옛 동료들의 틈바구니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데얀은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극도의 빈공에 시달린 서울은 적어도 ‘데얀 봉쇄’라는 작전은 100% 완수했다. 서울 팬들은 데얀이 벤치로 떠나는 순간까지도 거센 야유를 퍼부으며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데얀은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특별할 것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적어도 ‘수원 맨’ 데얀의 슈퍼매치는 만족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수원삼성 경기에서 서울 안델손이 수원수비를 뚫고 공격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날려버린 승리

수원은 1월 탄 호아(베트남)와의 2018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PO)에서 5-1로 이겼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ACL에서도, 정규리그에서도 승점 3을 획득하지 못했다. 유독 안방에서 약했다. 수원의 리그 성적은 서울전까지 포함해 2승2무1패. 상위권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서울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부진으로 ACL 출전에 실패한데다 큰 폭의 선수단 리빌딩 여파로 승수를 쌓지 못했다. 수원전까지 성적은 3무2패. 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고, 지금은 ‘폭발 직전’이다. VAR(비디오판독)이 두 차례 동원됐던 이날 승부에서 핸드볼 파울로 득점이 무효 처리된 서울 정현철이 후반 24분 수원 최성근에게 발을 밟혀 퇴장을 유도하는 등 잠시나마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양 팀은 밋밋한 승부 끝에 승점 1씩 나눠 갖는 데 그쳤다.



● 싸늘한 공기

한 때 슈퍼매치는 3~5만 구름 관중을 불러들이는 K리그 최고의 흥행보증수표로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잠시 잊어도 좋을 듯 하다. 8일 수원벌에는 1만3122명이 찾아왔다. 역대 슈퍼매치 사상 최저 관중. 홈 팀 수원은 늘 대형통천으로 가려놓았던 경기장 2층 스탠드를 개방하며 조심스레 ‘만원관중’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1차 목표로 삼은 3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세먼지와 갑작스런 추위 등 저조한 팬 몰이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맥 빠진 경기력과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결과를 빼 놓을 수 없다. 날씨보다도 두 팀의 저조한 경기력을 팬들이 사전에 간파한 것이다. “최대한 많은 관중 앞에서 결전을 치르고 싶다”고 입을 모았던 수원 서정원 감독과 서울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나란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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