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무패행진 경남FC의 승격팀 돌풍은 계속될까

입력 2018-04-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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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 팀이 초반부터 순항하기는 쉽지 않다. 분위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남FC는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기적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외국인 선수 말컹이 있다. 11일 전북전을 앞두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시기는 2012년이다. 하지만 그 해엔 강등만 있었다. 1부 16팀 중 광주와 상주가 2부로 내려갔다. 성적에 따른 자동 강등이었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내림이 시작됐다. 승격의 첫 기쁨은 상주가 누렸다. 2부 1위였다. 반면 대전과 대구(자동 강등), 그리고 강원(승강PO 패배) 3팀이 떨어졌다.

이렇게 1부의 구단수가 조정됐다. 2014년부터 현재의 12팀 체제가 자리 잡았다. 제도 도입을 앞두고 도·시민구단의 극심한 반발과 시스템 붕괴라는 우려가 있긴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승강제는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승격과 강등, 그건 천당과 지옥이다. 1부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1부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명료하다. 승격은 다 가진 듯 충만하고, 강등은 다 잃은 듯 비통하다.

2부의 설움을 털고 승격한 팀의 목표는 잔류다. 살아남기 위해 연봉 인상 등 기존 선수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선수 영입을 통해 팀을 리빌딩한다. 투자 없이 버텨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존경쟁은 녹록치 않다. 만만한 팀이 없다. 우승은 언감생심이고, 3장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도 불가능에 가깝다. 상위스플릿(6위)을 목표로 잡기도 벅차다. 그래서 첫 해 잔류만으로도 성공이다.

승격팀의 특징 중 하나는 시즌 초반에 헤맨다는 점이다. 적응이 덜 된 탓이다. 승점 쌓기는 힘들어지고, 순위는 바닥권이다. 선수는 침울하고, 감독은 고민에 빠진다. 팬들의 실망감은 커져간다. 대부분 승격팀들의 특성이다.

이는 역대 기록이 말해준다. 초반 5경기를 기준으로 그들의 힘겨운 싸움을 들여다보자.

역대 승격팀은 총 8팀이다. 상주(2014년)를 시작으로 대전, 광주(2015년) 상주, 수원FC(2016년) 대구, 강원(2017년) 경남(2018년) 등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끈 2014년의 상주는 첫 경기 무승부를 시작으로 5경기 동안 단 1승도 없었다(4무1패). 최종 성적은 7승13무18패로 꼴찌(12위)였다. 당연히 2부로 떨어졌다.

2015년 승격팀 광주의 잔류를 이끌었던 남기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2015년 대전도 힘겨웠다. 3경기 연속 무득점 등 초반 4연패를 당했고, 5경기만에 겨우 승점 1을 얻었을 정도로 맥을 추지 못했다. 반면 남기일 감독의 광주는 2승1무2패로 안정적인 출발을 한 덕분에 최종 10위(10승12무16패)를 마크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조덕제 감독의 수원FC가 돌풍의 팀이었다. 초반 5경기 1승4무로 중위권을 형성하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높은 벽을 실감하며 결국 꼴찌(10승9무19패)로 강등됐다. 상주는 초반 1승1무3패로 불안했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6위(12승7무19패)로 상위스플릿에 들었다.

2017년의 강원은 정조국 이근호 등 굵직한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반란을 꿈꿨다. 초반엔 분위기 적응이 쉽지 않아 뒤뚱거렸다(1승2무2패).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위력을 더했고, 6위(13승10무15패)로 상위스플릿에 턱걸이 했다. 대구는 시즌 초반 손현준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등 크게 흔들렸지만, 8위로 마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승격해서 잔류에 성공한 강원. 사진제공|강원FC


2018년의 주연은 경남FC다. 2017시즌 2부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승격한 경남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쏠렸다. 1980년대 스카우트 파동을 겪은 ‘비운의 천재’ 김종부 감독이 이끄는 팀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경남의 경쟁력은 충분했다. 초반 레이스는 파죽지세다. 상주와의 개막전 승리(3-1)를 시작으로 제주, 전남, 강원을 차례로 꺾었다. 5차전에서 대구와 비긴 게 아쉽지만, 그래도 4연승 포함 무패행진(4승1무)이다. 순위도 맨 위다. 기존 상위권 팀들의 기록이 저조한 것도 경남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팀이 잘 나가면 그 비결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다. 외국인 선수 말컹의 위세에 시선이 쏠린다. K리그2 득점왕의 기세가 1부에서도 통하고 있다. 현재 6골(2도움)로 랭킹 1위다. 여기에 브라질 출신 네게바, 일본 출신 쿠니모토가 가세해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주목받는 건 김 감독의 지도력이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펼쳐 보이는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의 조직력이 맞물려 돌아가는 게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4연승 이후 느슨해졌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대구와의 무승부는 오히려 약이 됐다고 본다. 한번쯤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반짝 돌풍’을 일으킨 팀들은 많았다. 초반에 주목받다가 힘이 달려 바닥으로 떨어진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렇다면 경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1일 벌어질 전북전이 고비다. 강력한 우승 후보 전북은 4승1패로 2위다. 결국 1, 2위의 싸움이다. 이 경기 결과가 초반 판도는 물론이고 경남의 운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경남은 절대 1강 전북을 넘을 수 있을까.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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