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장원준. 스포츠동아DB
등판 다섯 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 장원준(두산·33)에게는 낯선 지표다. 발동이 다소 늦었지만 우리가 알던 ‘장꾸준’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이용찬의 갑작스런 부상 낙마로 신음할 뻔한 두산은 장원준이 제 컨디션을 찾으며 한숨 돌렸다. 이제 선두 수성의 시간이 시작됐다.
장원준은 20일 잠실 KIA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두산은 장단 10안타를 몰아치며 KIA 마운드를 공략했고, 6-4로 승리했다. 장원준은 시즌 2승(1패)째를 챙겼다.
장원준은 2014년, 경찰 야구단에서 복귀할 때부터 시즌 첫 등판마다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롯데 시절이던 2014시즌, 시즌 첫 등판인 3월31일 사직 한화전에서 6.2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를 기록하며 승리를 챙겼다. 두산으로 이적한 2015년에도 첫 등판인 3월29일 잠실 NC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2016년에도 4월5일 잠실 NC전 6이닝 2실점으로 승리, 지난해에도 첫 등판인 4월4일 수원 KT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맛봤다. 장원준에게 첫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와 승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장원준은 올해 첫 등판인 3월25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4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뜬공 허용이 잦은 등 불안한 모습이었고, 퀄리티스타트와 연을 맺지 못했다. 이후에는 부진이 더욱 심각해졌다. 장원준은 3월31일 수원 KT전(3.2이닝 8실점 6자책), 4월8일 잠실 NC전(4.1이닝 5자책), 14일 고척 넥센전(3.2이닝 7실점)에서 연이어 5이닝을 못 채웠다. 장원준이 세 경기 연속 5회 이전에 강판된 건 두산 이적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장꾸준’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두산 장원준. 스포츠동아DB
장원준은 20일 KIA전에서 속구 구사율을 대폭 늘렸다. 이날 전까지 4경기서 속구 평균 구사율은 42.8%였으나 이날 86구 중 50구(59.6%)를 속구로 던졌다. 슬라이더(13구), 체인지업(15구)의 비율은 줄였다. 최고구속 144㎞의 속구는 KIA 타자들이 공략해도 뜬공에 그쳤다.
장원준은 경기 후 “앞선 경기와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밸런스가 잡혀 공을 때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다 자신 있게 투구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포수 양의지도 “공의 힘이 느껴져서 속구 사인을 많이 냈다”고 덧붙였다. 장원준은 “내가 빠진 상황에서 팀이 잘 나갔다. 내 등판으로 그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며 “지금의 밸런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두 두산은 이날 패한 2위 SK와의 승차를 2경기까지 늘렸다. 이제 막 2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선두 두산과 3위 KIA의 승차는 5.5경기에 달한다. 중위권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이지만 두산은 한 마리 고고한 학처럼 수성 모드에 돌입한 분위기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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