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피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이 되려면”

입력 2018-05-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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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국민 모두가 체육을 즐기고 참여하는 것이 스포츠선진국을 향한 길로 내다봤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 태릉선수촌 이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노력한 이 회장은 남북단일팀 이슈가 걸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6년 10월 체육인들의 선거를 거쳐 대한체육회 수장에 오른 이기흥(63) 회장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재임 기간, 유난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통합작업을 시작으로 태릉선수촌의 충북 진천 이전작업,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및 개최 등 안팎으로 챙길 일이 많았다. 지난해에만 15차례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대부분 1박 3일짜리 초단기 코스였다. 숙소에 짐을 풀 여유조차 없이 모자란 잠은 비행기에서 채웠다.

3월 평창동계패럴림픽이 폐막한 뒤에는 전국을 돌며 각 시·도·군 체육회를 찾아 한국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청취했다. 지금은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이번 대회는 남북단일팀 구성 및 공동입장 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라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대한체육회 집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돌아보니 1년 반이 훌쩍 지나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충분히 보람된 시간이었다. 스포츠 강국에서 향후 스포츠 선진국으로 변화시키려는 이 회장의 비전과 정책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 회장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메가 이벤트에서 메달을 위해 뛰어왔다면 이제는 즐기는 스포츠, 참여의 체육으로 바뀌는 추세다. 어릴 적부터 체육을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풀뿌리 체육 활성화 & 일자리 지속창출이 살 길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미래기획위원회의 설립이다. 체육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체육회, 그리고 한국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우리 체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틀을 만들고자 함이다.”

그렇게 ‘아젠다 2020’이 탄생했다. 한국체육 100년을 다지기 위해 체육계의 공정성·투명성 확립, 국가체육의 균형적 발전, 스포츠코리아 도약, 자율과 혁신으로 행복한 체육인, 100주년 기념사업 등 5대 과제를 골자로 했다. 지난해 출범한 2기 위원회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7월 국회에 정식 입법발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 체육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예전과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오직 국제대회 메달 획득에만 매진했다면 지금은 모두가 함께 하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회장으로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무엇인가.

“체육인들의 일자리 창출이다. 지금은 환경이 너무 열악한데다 자리도 거의 없다. 심지어 올림픽종목 지도자들도 정규직이 아니다. 체육 종사자들이 11만5000여 명인데, 그 중 1만4000여명 밖에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양질이 아니다.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다보니 시끄럽고 문제가 많다. 심판부정, 입시비리 등 악순환의 반복이다. 체육이 삶이고 복지다. 생활체육을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을 돕고, 학원체육의 기간제 교사를 정식 채용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환경을 열어줄 수 있다면 풀뿌리 체육의 활성화까지 모색할 수 있다. 자연스레 체육에 관심을 갖고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회장에 대한 체육계 일각에서의 비판 중 하나가 통합 과정에서 오히려 엘리트 체육이 퇴보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그는 근본적인 체육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선수 수급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서 학교체육, 스포츠클럽을 통한 ‘될성부른 떡잎’의 발굴이 우선이라고 바라본다. 이 회장은 “실업팀도 줄고, 선수와 지도자 확보도 어려운데 소수를 위한 정책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학교체육이 잘 돼야 전문체육도 생존할 수 있고, 전문체육이 잘 살아야 생활체육으로 연계된다. 결국 엘리트 체육이 가장 큰 혜택을 얻을 것이다. 전체의 판을 키워야 한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아시안게임 그리고 남북체육교류

-1월부터 아시안게임 TF를 가동했다.


“39개 종목이 아시안게임에 도전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아무래도 무게가 실리다보니 올 초부터 TF를 구성해 지원 방안을 고민해왔다. 65개 금메달로 2위 수성이 목표지만 일본이 2020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엄청난 투자를 했고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린 굉장히 쫓기고 있다. 방심할 수 없다. 각 종목별로 요구사항에 대한 수요조사를 했다. 지도자 보충과 장비 지원, 의무 트레이너 추가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북단일팀도 세계적인 이슈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평화무드를 조성할 수 있었다. 알려졌다시피 이미 모든 종목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카누 세부종목 드래곤보트와 탁구, 유도 등이 적극적이다.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 중이다.”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는데.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수단 의견이 최우선이다. 가장 보호를 받아야 한다. 남자 선수들은 병역이라는 민감한 부분도 있고, 여자 선수들 또한 출전 엔트리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국제대회 출전이라는 큰 명예를 잃을 수 있다. 세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국제 분위기는 어떤가. 상대국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텐데.

“남북 선수단의 동시입장은 큰 걸림돌이 아니다. 한반도기와 명칭 등은 논의를 해야 한다. 순위표기도 달리 가져가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원한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 상대국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정당한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일단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우리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과 국제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주고 있다.”

이 회장은 12일 스위스 로잔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셰이크 아마드 알사바 OCA 회장과 면담을 갖고 남북 단일팀 및 공동입장 등을 논의한다. 14일에 귀국하는 1박 3일짜리 여정에서 나온 내용들을 토대로 우리 정부와 우선 협의를 갖고, 이를 북한에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한체육회처럼 북한에는 NOC(국가올림픽위원회) 개념의 민족올림픽위원회가 있지만 단일팀 관리를 위한 별도의 기구도 구성돼야 한다.


-남북통일축구와 경평축구의 부활도 거론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교류의 의지는 있다. 대표팀(통일축구)과 클럽 차원의 교류(서울 전국체육대회 참가)도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아시안게임 관련 논의와 마찬가지로 모든 부분이 이제 첫 걸음 단계다. 양측의 상황도 체크해야 한다. 차차 대화를 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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