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과 부성애의 만남, 묘하게 닮은 두 영화 ‘당갈 vs 레슬러’

입력 2018-05-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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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갈’(왼쪽)-‘레슬러’. 사진제공|NEW·롯데엔터테인먼트

극장에 때 아닌 레슬링 바람이 분다.

부성애와 레슬링의 만남, 낯설지만 따뜻한 두 편의 영화가 나란히 관객을 찾아간다. 한 편은 중국과 대만에서 폭발적인 흥행 기록을 세운 인도영화, 또 다른 영화는 안티 없는 배우로 통하는 유해진이 나선 휴먼 코미디다.

4월25일 개봉해 차근차근 관객을 모으는 인도영화 ‘당갈’과 9일 개봉한 ‘레슬러’는 묘하게 닮았다. 영화 소재로는 다소 낯선 레슬링을 매개로 빚어지는 부성애와 성장의 드라마다. 상당한 수준의 레슬링 경기 장면도 포함됐고 처음엔 웃다가 끝내 눈물을 떨구게 만드는 뭉클한 이야기의 힘도 닮았다.

‘당갈’은 두 딸을 인도 최초의 국제대회 여성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로 키운 아버지의 실화를 옮겼다. 아들을 낳아 자신이 못한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루려는 주인공이 줄줄이 딸을 낳게 되자 낙담했다가 두 딸의 남다른 재능을 확인한 뒤 레슬링선수로 키워내는 이야기다.

꿈과 가족애, 스포츠 영화다운 드라마틱한 승부까지 더한 ‘당갈’은 인도에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그 인기는 중국으로도 이어졌고, 지금까지 거둔 누적 매출이 3억 달러(3225억원)에 달한다.

신분제도와 성 역할 구분이 확실한 인도에서 아들도 아닌 딸 둘을 레슬링 선수로 키워내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웃프다’. 온갖 편견에 맞서야 하고 심지어 왜 레슬링을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두 딸의 반항에도 맞선다. 때문에 ‘당갈’은 뭉클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스포츠 성공스토리인 동시에 편견에 맞선 사람의 이야기이다.

‘레슬러’도 그 흐름을 이어간다. 개봉을 앞두고 가진 여러 시사회를 통해 호평이 나오면서 관객의 호기심도 작동하고 있다. 영화는 전직 레슬링 선수인 아버지가 아들을 금메달리스트로 키우려는 과정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그렸다. 아들의 오랜 친구로부터 구애를 받고, 참아온 반발심을 드러내는 아들과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부성애와 가족의 성장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웃음과 감동은 ‘레슬러’의 무기다.

영화 ‘당갈’(위쪽)과 ‘레슬러’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롯데엔터테인먼트


두 편의 영화가 관객과 어느 정도 소통에 성공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당갈’은 국내 관객에 다소 낯선 인도영화라는 한계와 더불어 같은 날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흥행 광풍을 만나 고전하면서도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일일 스크린 100개가 채 되지 않지만 꾸준한 입소문이 관객 동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기준 약 7만명을 모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상영관 확대 요구를 하고 있기도 하다. 수입사 미로스페이스는 11일 “호평에 비해 상영관이 너무 적은 사실을 토로하며 상영관 확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며 “대관 상영 추진 등 자발적으로 관람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레슬러’는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보이는 폭발력이 눈에 띄게 잦아들면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면에 나선 배우 유해진을 향한 관객의 기대도 상당하다. 최근 어느 장르에 나서도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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