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글로벌화’ 정문홍 전 대표 “격투기에 미친 직원들 덕분”

입력 2018-05-1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로드FC 정문홍 전 대표는 ‘불모지’ 한국에 격투기를 뿌리내린 장본인이다. 정 전 대표는 김대환 현 대표에게 로드FC 수장직을 맡기고 현역에서 손을 뗐다. ‘제자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사진제공|로드FC

로드FC 정문홍(44) 전 대표는 8년 전 혈혈단신으로 세계 종합격투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과 미국의 유수 단체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그의 도전은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격투기 불모지인 한국에서 자생 단체의 존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온갖 손가락질과 비난에도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을 밀어 붙였다. 한국의 종합격투기 1세대이기도 한 그에게는 남모를 책임감이 있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해외 시장에서 뛰는 현직 선수들, 한발 더 나아가서는 한국 종합격투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선뜻 떠안기 어려운 짐을 큰 망설임 없이 짊어졌다.

2010년 출범한 로드FC는 어느덧 한국의 ‘넘버원’ 종합격투기 단체로 성장했다. 넘버링 대회만 벌써 ‘047’까지 진행됐고, 해외 대회도 7번이나 개최했다. 국내 격투기 단체가 출범 후 평균적으로 5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터전을 닦다 못해 발전시키기까지 한 그가 지난해 돌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생면부지 남인 김대환 현 대표에게 로드FC의 수장직을 맡기며 모든 현업에서 손을 뗐다. 본격적으로 ‘열매’를 수확하는 단계를 마다하며 또다시 ‘맨손’으로 돌아갔다. 그의 의중은 도대체 무엇일까.

로드FC가 야심차게 준비한 7번째 해외 대회 ‘XIAOMI 로드FC 047 in 베이징’이 2만 여명의 만원관중 앞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12일, 스포츠동아가 중국 베이징 현장에서 그를 직접 만나 속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문홍 전 로드FC 대표(왼쪽)가 12일 베이징 캐딜락 아레나에서 열린 ‘XIAOMI 로드FC 047 in 베이징’을 김대환 현 대표와 함께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로드FC



● ‘돌연 사퇴’의 진심 “내 역할은 끝났다. 자아도취 하기 싫었다.”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김 대표를 삼고초려한 게 3년이 넘었다. 내가 로드FC를 만든 제일 첫 번째 이유는 ‘제자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 제자인 김수철, 함께 훈련한 이윤준, 권아솔 등을 챔피언으로 만든 지금 더 이상 초창기 때의 그럼 마음이 남아 있지 않았다. 후회 없이, 또 미련 없이 떠나고 싶었다.”


-후임으로는 왜 생면부지 남인 김대환 대표를 선택했나.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다. 나는 김 대표를 100% 신뢰한다. 그가 실패해도 그대로 인정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해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낼 것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나는 김 대표가 살아온 인생의 이미지를 샀다. 김 대표는 안과 밖이 똑같은 사람이다. 선한 사람들이 서로 선하게 (시스템을) 돌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의 인생을 이제까지 지켜봤을 때 이제 열매를 맺을 시기다. 실제로 주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려 한다. 늘 베풀고 살았던 사람이다. 김 대표가 얻는 만큼 로드FC도 얻는 게 분명히 있을 것이다.”

로드FC 정문홍 전 대표. 스포츠동아DB



● “최고의 직원들, 모두 격투기에 미친 사람들이다.”

-대표 혼자만의 능력으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물론이다. 내가 믿는 또 다른 구석은 바로 우리 직원들이다. 준비과정을 포함하면, 로드FC를 위해 10년을 함께 고생한 이들이다. 나도 격투기에 미쳤지만, 직원들도 나만큼이나 모두 격투기에 미친 사람들이다. 머리 속에 오로지 격투기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직원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회사의 장점은 무엇인가.

“나는 직원들에게 절대로 회사 직원을 과하게 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면, 직원들에게 더 많이 주려는 의도다. 또 우리 회사에 체계란 없다. 서로 얘기 할 때는 예의만 갖추며 된다. 맨 밑 직원이 나에게 직접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다. 중간 보고 과정이 없다고 해도 중간 관리자에게 이해하라고 얘기했다. 지위 보다는 능력이고 소통이다. 내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해외 대회가 벌써 7번째다. 중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규모다.

“중국 로드FC는 한국 로드FC 브랜드에 중국 자본을 투자 받아 만든 중국 법인이다. 한국과 중국 법인은 별개다. 중국 법인의 돈이 한국 법인으로 들어가는 구조는 아니다. 최근 큰 투자를 받았는데, 전체 투자 규모는 약 320억원 정도다. 중국 내에서 로드FC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이번 대회 개최 역시 여러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포츠동아DB



● 한국 종합격투기의 미래 “UFC만 쫓아서는 안 된다”

-오래 전부터 UFC에 대해 안 좋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과거나 지금이나 부당하다. 파이트머니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격투기 선수는 기본적으로 1년에 뛸 수 있는 경기수가 많지 않다. 선수의 전성기는 많이 계산해봐야 3년이다. 5~6경기 정도를 뛸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자기들이 만족할 성적을 만들지 못하면 가차 없이 버린다.”


-선수들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나.

“자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가치가 매겨지는 게 첫 번째다. 자기를 써달라고 구걸을 하는데 UFC에서 마다할 리가 있나. 말도 안 되는 단체에 가서 10승을 인정받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전적 만들기다.”


-앞으로는 어떤 격투기 선배로 활동할 계획인가.

“나와 함께 걸어왔던 동생, 혹은 제자들과 함께 모여서 사는 거다. 지금은 여러 상황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지인들이 많다. 하지만 모두 ‘내 사람’들이다. ‘정문홍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증명하기 위해 젊음과 열정을 바친 사람들이다. 그들을 나는 절대 잊지 않는다. 모두 모여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지금의 내 계획이다.”

베이징(중국)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