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욱일기·사과문 논란’ 스티븐 연 향한 질타…지적인가, 매도인가?

입력 2018-05-14 14:3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절친 조 린치 감독이 어린 시절 욱일기 티셔츠를 입은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배우 스티븐 연이 논란이 되면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스티븐 연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근에 제가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어린 시절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제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실수, 특히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되는 역사의 상징에 대한 부주의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깊게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게 됐다”라며 “많은 사람들과 팬 분들의 걱정스런 메시지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한 제 무지함을 깨닫고 제가 처음에 올린 사과문에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됐다.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리며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운과 과정이 됐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사과문은 두 번째 사과문이다. 이날 스티븐 연은 “최근 제 동료의 어린 시절 사진과 관련,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를 만들었다. 저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 저 역시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라고 첫 사과문을 두 번째 사과문과 같이 한글과 영어로 올렸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논란이 터지게 됐다. 첫 번째 사과문에서 한글과 영어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 영어로 올린 사과문에서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서 “인터넷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라고 올린 것이다. 이에 문제가 커지자 스티븐 연은 사과글을 지웠고 새로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정말 한글과 영어로 올린 글이 그렇게나 차이가 있을까. 한글로 쓴 “인터넷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와 영어로 쓴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의 차이는 문장의 길이 정도다. 한 쪽은 압축이고 다른 한 쪽은 설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은 옳다. 스티븐 연이 ‘욱일기’ 티셔츠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고 과거 ‘욱일기’ 관련 의상을 택해 입은 것은 분명 실수이자 잘못이다. 거기에 대해 올바르지 않은 이유를 알려준다면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현재 스티븐 연 기사의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댓글을 보면 욕설과 비방 등으로 한 사람을 매도하는 수준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는 맹렬히 비난하는 사람들의 비방은 과연 옳은 것인가.

또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는 엄연히 개인의 공간이다. 자신의 의견을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공간에서 “왜 네 생각을 담았냐”는 식의 반응은 모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변명”이라는 비방자들이 원하는 건 정말 “입 다물고 사과나 하라”는 건가. 이게 진짜 한국인들의 건전한 대응방식인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