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은 1986년 남북문화교류를 위해 창단되었던 서울예술단의 설립 취지를 상기시키는 작품인 동시에,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주목해왔던 서울예술단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역사에 주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작품에서의 국경은 땅과 땅의 경계만을 말하지 않는다. 국경이라는 물리적인 벽이 갈라놓았던 남녀는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나지만, 이들 사이에는 어떤 것으로도 넘을 수 없는 세월이라는 벽이 솟아 있다. 분단 73년, 냉랭했던 한반도에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성큼 다가왔고, 많은 이들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이야기 하는 오늘. 서울예술단은 선호와 연화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통해 이쪽과 저쪽의 ‘나뉨’이 아닌 너와 나의 ‘만남’에 대해, 그리고 넘을 수 없는 국경 앞에 선 사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국경의 남쪽’은 남북분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정치적 이념보다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정통 멜로의 형식으로 풀어내어 동시대 관객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대립의 시기를 넘어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서울예술단은 두 남녀의 사연을 통해 어떠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믿음과 사랑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오늘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대해서도 다시금 상기해보는 계기를 삼고자 한다.
2016년 초연 당시, 이나오 작곡가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넘버, 정영 작가의 우리말의 맛을 잘 살린 대사로 폭넓은 관객층의 사랑을 받았던 ‘국경의 남쪽’은 2018년 재연을 앞두고 한층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반능기 연출은 “정서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인물 간의 감정과 호흡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서를 따라가는 시적인 무대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2016년 초연에서 선호 역을 통해 무용수에서 배우로 성공적인 변신을 거두었던 서울예술단의 맏형 최정수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신예 강상준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선호 역을 나란히 맡았으며, 서울예술단을 대표하는 여배우 김건혜와 송문선이 선호의 첫사랑 연화 역을 맡아 가슴 시린 사랑을 노래한다. 또한 남한으로 넘어온 선호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경주 역에는 초연 당시 ‘인생캐릭터’라 극찬 받았던 하선진이 다시 한 번 열연하며, 서울예술단의 개성 넘치는 단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색깔의 ‘국경의 남쪽’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