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링, 호캉스, 그리고 일상의 미식…여름에 홍콩서 고수처럼 놀기

입력 2018-05-15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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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시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몰링, 쇼핑부터 여름 아이스링크 체험까지
호캉스, 압도적 전망의 118층 수영장과 바
스페셜티 커피 붐, 커피마니아들 성지순례

“여름에 홍콩? 덥고 습하잖아. 그리고 전에 가봤는데 또 갈 필요 있나?”

해외여행은 이제 더 이상 인생의 버킷리스트도, 집안의 대형 프로젝트도 아니다. 1년에 2000만 명 이상 해외로 나가는 요즘, 해외여행은 일상의 다양한 활동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 내키면 큰 고민없이 훌쩍 떠난다.

남들이 많이 안간 곳, 뭔가 새롭고 색다른 곳을 선호하는 요즘 여행 트렌드에서 보면 어쩌면 홍콩은 전만큼 매력적인 곳은 아닐지 모른다. 상대적으로 쉽게 갈 수 있고 가성비 좋은 여행상품도 많이 나오면서 대중적인 해외여행지가 된 홍콩. 웬만큼 여행을 다닌 사람이라면 여름 휴가를 계획하면서 홍콩에 대해 ‘이제 내 수준은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구나 여름철 홍콩은 무덥고 습하기로 꽤 악명(?)이 나 있어 하계휴가 후보지를 고민할 때 망설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오히려 여름철 홍콩여행에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홍콩을 한 두 번 정도 다녀와서 대충의 지리와 동선 구성을 할 수 있다면 그 지식을 바탕으로 홍콩의 ‘심화학습’이 가능하다.

대부분 초기 한 두 번은 잘 알려지고 큰 관광명소를 중심으로 다니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곳들을 졸업했으면 거기에 일정을 쓸 필요없이 바로 현지인이 즐기는 문화와 일상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다. 홍콩 각지에 있는 대형 쇼핑몰을 누비며 즐기는 몰링(malling)부터 저마다 다양한 개성을 지진 호텔에서 느긋하게 휴가의 여유를 즐기는 ‘호캉스’, 그리고 그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다양한 미식세계의 체험은 여름휴가 아이템으로 매력적이다.

◆ 아는 만큼 즐겁다, 홍콩에서 즐기는 몰링


대형 쇼핑몰이 즐비한 홍콩에서 요즘 주목받는 핫한 곳은 침사추이 외각, 공항행 고속철도가 서는 구룡역 근처에 있는 엘리먼츠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과 다소 떨어져 있어 한적하고 여유롭다. 150여 개의 코스메틱 브랜드,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30여 곳, 홍콩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을 보유한 그랜드 시네마와 아이스 링크도 있다. 그랜드 시네마는 1600여 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고, 홍콩 최초로 자동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아이스 링크는 입장료가 20 홍콩달러(한화 약 3000원)이다.

홍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구룡반도의 하버시티는 전부터 몰링의 명소로 인기가 높다. 홍콩의 중심인 빅토리아 하버(스타페리 터미널 옆)에 위치했고, 450여 개의 브랜드, 60여 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명품 브랜드. 영국의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갖춘 쇼핑몰 LCX limited가 한데 모여 있다. 5월 8일 새로 개장한 오션 덱에서는 일몰을 270도 파노라믹 뷰로 감상할 수 있다.

교통 중심지에 있는 IFC몰은 짧은 일정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 하다. MTR 센트럴역과 공항고속전철(AEL)과 페리 선착장이 바로 옆에 있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홍콩ifc몰 아이스링크.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시간 여유가 있다면 88층짜리 two IFC 건물 55층에 가자. 화폐박물관과 환상적인 전망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고급 식료품을 파는 시티슈퍼는 홍콩을 여러 번 다녀본 여행자라면 귀국 직전 들르는 필수 코스다. L1층 자라 매장 맞은편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답답한 실내가 싫다면 L4층 루프탑 테라스를 가면 된다. 별도 입장료 없이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고, 쉐이크 쉑 버거부터 일식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하늘 아래 118층 수영장서 놀아볼까, 홍콩 호캉스


여름 휴가 때 홍콩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다면 주목할 아이템이 호텔 수영장과 바이다.

케리호텔 수영장. 사진제공|홍콩관광청

구룡항 해변의 케리호텔(Kerry hotel) 2017년 오픈한 새 호텔이다. 샹그릴라에서 운영하는 5성급 호텔로 바, 레스토랑, 바다가 보이는 객실 등을 갖추었다. 특히 호텔 4층 야외 인피니티 풀의 뷰가 명성이 자자하다. 선베드와 쉴만한 소파도 많다, 아래층에 바다를 향해 도열한 선베드는 휴가의 낭만을 즐기기 좋다.

구룡 하버 그랜드 호텔(Harbour Grand Hotel)의 수영장도 좋다. 하버 그랜드 호텔은 홍콩 노스포인트와 구룡 두 곳에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구룡에 있는 호텔 수영장은 영화 ‘도둑들’ 엔딩신의 배경이다. 그래서 일명 ‘전지현 수영장’으로 불린다. 21층에 있는데, 빅토리아 하버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통유리로 만든 풀 구조도 이색적이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국제상업센터(ICC)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은 호캉스족의 버킷리스트에 꼭 들어간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틴룽힌과 바 오존, 그리고 매력적인 수영장이 있다. 무려 118층에 있는데, 곳곳에 카바나와 선베드가 있다, 실내 수영장에는 천정에 통으로 거울을 설치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서 배영을 하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리츠칼튼 오존바.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오존은 리츠칼튼 118층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의 바다. 오존의 칵테일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래한 크래프트 칵테일의 기본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더 리츠칼튼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칵테일은 HK 스카이라인이다. 23년산 자카파 럼을 베이스로 압생트, 임페리얼 우롱 시럽, 핑크 그레이프프루트, 라임을 더하고 돔페리뇽 폼과 초콜릿 스톤을 얹는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한 목테일, 식사를 겸하고 싶은 손님을 위한 단품 메뉴들도 있다. 위쪽이 뚫려 있는 야외 데크 공간은 홍콩 하버의 야경을 18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예악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항상 붐빈다.

슈가는 타이쿠 이스트 호텔 32층에 있는 바+덱+라운지의 복합 공간이다. . 이스트호텔은 홍콩의 유명한 럭셔리호텔 ‘어퍼 하우스’와 같은 체인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슈가는 바와 럭셔리한 가구로 꾸며진 라운지도 좋지만 탁 트인 덱에서 즐기는 전망이 멋지다. 홍콩섬 서북쪽 끝인 타이쿠는 외국인 사업가, 서구권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 센트럴에서 MTR로 연결돼 접근성이 괜찮다.

레드 슈가는 케리 호텔 7층 루프탑에 있는 바&라운지다. 건물의 돌출 부분 있어 입체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오후 6시가 넘으면 11살 미만 어린이는 출입을 제한한다.

호텔이 아닌 일반 바로는 핑퐁바와 미세스 파운드를 추천한다. 예전에 서민적인 상점들이 몰려있던 사인인푼은 지하철 노선이 연결되면서 핫 플레이스로 변모했다.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 사이사이 멋진 바, 숍 등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핑퐁바는 탁구장으로 쓰던 공간을 스페인 오스티아 출신의 바텐더가 바로 바꾸었다. 주로 진 만 취급하는데 종류는 약 160여 종. 진을 베이스로 하는 칵테일, 와인, 맥주를 스페인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탁구장이던 시절의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센스있게 살짝 개조한 내부 공간이 매력적이다.

성완의 스피크이지바, 미세스 파운드(Mrs.pound)는 도장 가게 안에 숨어있는 바로 유명하다. 미세스 파운드는 실존인물로 자유연애로 만나던 연인의 비밀공간이 도장가게 안에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바뀌었다. 공간은 1950년대의 정취를 재현한 느낌이지만 메뉴 구성과 음악은 모던하다.


◆ 미슐랭부터 다이파이동까지, 홍콩은 역시 먹부심


다른 분야는 몰라도 홍콩의 미식기행은 콘텐츠의 깊이와 다양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카페, 디저트부터 유명 미슐랭 레스토랑, 서민 명소 다이파이동까지 무궁무진하다.

홍콩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커피 전문점이 존재하는데 생두의 선택부터 로스팅, 바리스타의 추출 스킬 모두 최고의 수준을 경험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 분야의 선두주자 더 커피 아카데믹스(the coffee academics), 작은 규모지만 바리스타 던 첸이 운영해 유명한 앰버 커피 브루어리( amber coffee brewery) 등은 커피 마니아들의 성지다.

홍콩의 카페는 분위기와 인테리어도 남다르다. 스타벅스는 홍콩 옛 모습을 재현한 매장으로 홍콩의 역사에 대한 존중을 표현했고, 랄프로렌은 브랜드를 모티브로 만든 패셔너블한 카페를 하버시티 몰에 열어 주목 받고 있다.

더운 여름 홍콩서 즐기는 아이스크림도 색다르다. 미국의 에맥 앤 브리올리스, 일본의 아이크레메리아 등 다양한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홍콩에 진출해 있고 홍콩을 베이스로 한 신생 브랜드들도 많아 아이스크림 가게만 순례하는 여행이 가능할 정도다.

홍콩의 대표적 부촌, 리펄스 베이의 더 펄스몰에는 미슐랭 1 스타 셰프 올리비에 벨린이 총괄하는 프렌치 다이닝 오션(ocean), 알프레스코 레스토랑 클래시파이드(classified), 홍콩 로스터리 커피 씬의 선두주자 커피 아카데믹스(coffee academics), 홍콩 음식을 정갈하게 내는 민 앤 라이스(meen & rice) 등이 있다. 오션에서 함께 운영하는 바 카바나는 320 홍콩달러의 입장료를 내면 펄스 몰 2층에 있는 데크, 카바나, 자쿠지에서 프라이빗하게 해변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란타우섬에 있는 고급 타운하우스 밀집지역 디스커버리 베이에는 해안가를 따라 카페나 레스토랑이 도열해 있다. 작스는 알프레스코 스타일의 레스토랑으로 란타우 섬 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이 모여 사는 특성에 맞춰 동서양의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나시고랭 맛집으로 알려졌다.

테이스티 콘지 앤 누들 완탄 숍(Tasty congee & Noodle Wantun Shop)은 이름 그대로 콘지와 완탄면을 메인으로 야채 볶음, 칠리 새우, 볶음밥 등 다양한 요리를 낸다. 엘리먼트, 하버시티 등 홍콩 전역에 5개의 체인점이 있다.

반 고흐 센시스(Van Gogh Senses)는 침사추이 중심 옛 해경 본부 건물을 리노베이션 한 쇼핑몰, 1881 헤리티지에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갤러리, 아트 숍, 카페를 겸하고 있다. 인테리어, 식기, 벽면의 디스플레이 모니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흐의 예술을 일상화 했다. 모든 코스 메뉴는 고흐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테마를 구성했고, 음식을 서빙하면서 그림과 함께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틴룽힌(Tin Lung Heen)은 엘리먼츠 몰과 연결된 리츠칼튼 호텔의 광동식 레스토랑으로 미슐랭 2스타를 받았다. 광동 요리의 대가인 폴 라우 세프가 총괄하는 레스토랑으로 파인 다이닝의 정수를 보여준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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