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주형·조효진 PD “넷플릭스 예능, TV만 하던 우리에게 신나는 도전이었죠”

입력 2018-05-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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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처음 제작한 한국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의 연출자 김주형(왼쪽) PD와 조효진 PD는 첫 시도에 대한 불안감도 컸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도전”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범인은 바로 너!’ 연출 김주형·조효진 PD

김주형 PD
넷플릭스 유저 입장에서 신기한 경험
추리도 결국 예능, 출발점은 유재석
사전제작, 시간적 여유 많아 좋았죠

조효진 PD
새로운 포맷, 도전할 가치 있다 생각
1·2회 공개 후 유재석과 몇 시간씩 통화
방송 후 신규 가입자 수 너무 궁금해


국내 방송가의 신선한 충격이다. 유재석, 이광수, 김종민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범바너)가 공개됐지만, 지상파나 케이블채널에서는 이를 볼 수 없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기기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범바너’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처음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는 앞서 영화 ‘옥자’, 방송을 앞둔 드라마 ‘킹덤’ 등을 제작한 바 있다.

‘범바너’는 SBS ‘런닝맨’ ‘패밀리가 떴다’ ‘X맨’ 등을 연출한 조효진(42) PD가 SBS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장혁재(47)·김주형(41) PD와 함께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넷플릭스 제안에 따라 몇 가지의 프로그램 기획안을 제출했고, 그중 ‘범바너’가 선택됐다. 같은 해 9월 제작에 착수해 12월 중순까지 모든 촬영을 완료했다. 올해 2월까지 편집과 후반작업을 마치고 완성본을 넷플릭스에 보냈다. 이후 190개 언어 번역 작업 과정을 거쳐 이달 4일부터 1억 명 이상 가입자들에게 공개됐다. 최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조효진 PD(이하 조)와 김주형 PD(이하 김)는 “TV에서만 하던 사람으로서 큰 도전”이라고 했지만, 표정에서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TV 방송을 고민하던 차에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던 넷플릭스와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첫 시도여서 두렵고 불안하지만, 제가 단순해서 그런지(웃음) 재밌다. 제작자 이전에 넷플릭스 유저라는 입장에서 신기하다.”(김)

“넷플릭스와 얘기하고 유재석과 논의했다. 그동안 해온 건 너무 뻔하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자고 설득했다. 1, 2회 공개 후 유재석과 통화를 정말 오래했다. 몇 시간씩 전화하는 건 ‘패밀리가 떴다’ 때도 그랬다. 하하! 사전제작이어서 유재석을 포함한 출연자들은 방송을 보고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없어 헷갈리고 어려워했던 것 같다.”(조)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출연자들. 스포츠동아DB


10부작 ‘범바너’는 유재석 안재욱 김종민 이광수 박민영 세훈(엑소) 김세정(구구단) 등 출연자들이 추리를 기반으로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추리’라는 장르적 성격이 강하고 스토리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새로운 포맷을 시도했다.

“장르예능이 거창하다면 거창한데, 본질은 예능이다. 캐스팅도 예능에서 시작했기에 출발점이 유재석이다. 이광수와 김종민이 있어 웃음 부분에는 걱정하지 않았다. 스토리 전개여서 연기자인 안재욱과 박민영을 캐스팅했다. 글로벌 플랫폼이기에 해외 인지도도 고려했다.”(김)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도, 프로그램 제작방식도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김 PD는 “플랫폼을 고려하고 기획안을 짠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예능프로그램의 사전제작은 그동안 거의 없었다. 사전제작의 매력은 지상파처럼 매주 프로그램을 “찍어내지” 않아도 돼, 시간적 여유 속에 충분한 준비기간과 후반작업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조 PD는 “포맷이나 제작방식이 대중화되지 않아 한 번쯤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고 만족했다. 김 PD는 “고민을 오랜 시간 할 수 있다는 건 기본이고, 후반작업 시 공을 들이는 등 (지상파에서)느낀 갈증을 해소한 느낌”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사진제공|넷플릭스


장점이 확실한 만큼 단점도 있다. 이들에게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김 PD의 “아쉽다”는 말에 조 PD는 “피드백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을 이었다. 출연자들도 촬영하며 다음 회에서 개선할 수 있는, 일종의 ‘시행착오’의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김 PD는 “피드백과 사전제작 중에 택해야 한다면, ‘범바너’의 경우는 사전제작이 어울린다. 장르적 성격이 강해 피드백에 의해 이야기의 흐름이 흔들리는 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어디에 중점을 둘지 달라진다”고 말했다.

현재 4회까지 공개된 ‘범바너’를 통해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시즌2가 제작된다면 성공이지 않을까”라며 웃는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연출 김주형(왼쪽)·조효진 PD.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 수는 밝히지만, 각 나라별 가입자 수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도 스트리밍 수치나 방송 후 신규 가입자 수도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

조 PD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엄청 궁금하다. 국내처럼 시청률로 성패를 가를 수 없다. 수치도 ‘괜찮은 정도’라고만 들었다”고 했다. 김 PD도 “국내에만 공개되는 것이 아니어서 SNS에 언급되는 부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는 어렵다고 들었다. 지표가 애매하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도전”이라는 데에 의의를 두고 다음 도전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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