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맨 서균의 진정한 가치, ‘IRS 0.176’에 주목하라

입력 2018-05-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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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서균.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에서 방어율 ‘제로(0)’를 기록 중인 투수는 한화 서균(26)과 넥센 김상수(30) 뿐이다. 그런데 2017시즌 팀의 마무리를 맡아 15세이브를 올리는 등 필승계투요원으로 자리를 굳힌 김상수와 달리 서균의 활약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서균은 2014시즌 신인지명회의 2차 8라운드(전체 84번)에 한화의 지명을 받았고, 2017시즌 1군에 데뷔해 14경기에 나섰다. 첫 풀타임 시즌인 올해는 14일까지 22연속경기(13.2이닝) 무자책점 행진(6홀드)을 이어가며 한화의 필승맨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무자책점’이라는 기록도 놀랍지만,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그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0.176의 IRS(승계주자실점률)다.

서균은 앞선 투수로부터 총 17명의 주자를 물려받았다. 구원 등판했을 때 투수들이 느끼는 주자 유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감독들이 “좋은 상황에서 필승계투조를 마운드에 올리려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균은 이와 관계없이 침착함을 유지한다. 17명의 승계주자 가운데 3명만 홈에 불러들였다. LG 김지용(23명), KT 심재민(18명)에 이어 10개 구단 불펜 투수 중 세 번째로 많은 주자를 물려받고도 실점은 최소화했다. 승계주자실점률은 방어율 등의 개인 기록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코칭스태프에게는 ‘언제든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라는 엄청난 믿음을 준다. 0.184의 피안타율과 4.17의 땅볼(25)/뜬공(6) 비율도 서균의 안정감을 설명한다. ‘방어율 제로’가 허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화 서균. 스포츠동아DB


지금의 활약은 꾸준한 노력의 결과다. 한용덕 감독이 공격적인 승부를 주문하며 자신감을 심어줬다면, 송진우 투수코치는 ‘몸쪽 승부’라는 생존 비결을 제시했다. 서균은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다양한 피칭메뉴와 무브먼트까지 겸비한 사이드암으로 거듭났다. KBSN스포츠 안치용 해설위원은 “무브먼트가 좋은 공을 스트라이크존만 보고 던지는 느낌이다. 긴박한 상황에도 활용도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균은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하니 훨씬 수월하다. 확실히 몸쪽 승부가 답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 감독님 말씀대로,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승부한 것이 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단 첫해 2군 감독이었던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팀장도 서균의 성장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력의 결과라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첫해에는 오히려 지금보다 구속이 빨랐다. 평균구속 141~142㎞, 최고구속은 145㎞ 안팎이었을 정도로 힘이 좋았다. 하지만 변화구의 다양성과 무브먼트 등 ‘세기’가 다소 부족했고, 팔꿈치가 좋지 않아 육성군과 재활군을 오갔다. 성격도 숫기가 없고 착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투적이더라.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때도 준비를 정말 잘했고, 이제는 요령이 생기니 자신감도 커진 느낌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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