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해인 “인기는 언젠가 사라지는 법, 나에게 엄격해야 오래 연기”

입력 2018-05-28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정해인은 드라마 한 편으로 스타덤을 얻었지만 “인기는 있다가도 언젠가 사라지는 법”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채찍질할 뿐이다.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대해야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정해인은 드라마 한 편으로 스타덤을 얻었지만 “인기는 있다가도 언젠가 사라지는 법”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채찍질할 뿐이다.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대해야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 ‘국민 연하남’으로 여심 사로잡은 정해인

순간의 감정에 휩싸이면 독으로 돌아와
손예진 선배에도 피해 안 끼치려 노력
‘너의 생각대로 연기해라’ 문자에 큰 힘

연기자 정해인(30)의 이름 세 글자와 얼굴은 이제 확실하게 알려졌다. 이전까지 그를 알았든 몰랐든, 그의 작품을 보았든 보지 않았든, 정해인은 이제 누구나 궁금해하는 ‘스타’가 됐다.

정해인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국민 연하남’으로 불리며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드라마 한 편으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바꿔놓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인기를 누릴 여유는 없다. “인기는 있다가도 언젠가 사라지는 법”이라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스스로 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다기보다 엄격하게 대하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을 높이면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연기자 생활이 그런 것 같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이다보면 언젠가 독이 되어 돌아오고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인기가 떨어져도 괜찮다. 하하! 이러한 마음가짐이어야 오래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해인은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50%만 느끼려고 노력 중이다. 100% 빠져 있다 보면 정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절대로 순간순간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조심성이 많아 직접 일일이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줘 가끔 두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연기자 정해인.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연기자 정해인.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정해인은 2014년 연기활동을 시작해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불야성’ ‘그래, 그런거야’ 등과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역모 - 반란의 시대’ 등을 통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번 드라마를 앞두고는 이전까지와는 또 다른 긴장감에 짓눌렸다. 데뷔 후 첫 주인공이었고, 베테랑 손예진과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는 일 등 어느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었다. 결국 그가 결심한 첫 번째 목표는 “손예진에 누를 끼치지 말자”였다. 그리고 시청자의 시선에 자신보다 캐릭터가 돋보이길, 스태프들과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을 마치길 바랐다.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손예진 선배께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촬영 초반 선배가 ‘너의 생각대로 연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캡처해놓고 힘들 때마다 봤다. 파트너나 후배가 아닌 ‘사람’으로서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저에게 큰 힘이 됐다.”

극중 캐릭터인 서준희와 비슷한 성격도 큰 도움이 됐다. “사랑은 서준희처럼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설렘도 드러낸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이유가 있나. 준희처럼 그냥 좋은 것이다. 앞으로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배웠다. 상대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지만 대화를 통해 공유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사실 이론만 마스터했지, 현실에서는 다르지 않을까. 하하! 저보다 작품 속 캐릭터가 사랑받는 게 훨씬 좋다. 그 캐릭터를 잘 보여줬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지 않나. 저는 그냥 엄마와 아빠의 아들이다. 하하.”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의 정해인(왼쪽). 사진제공|드라마하우스·콘텐츠케이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의 정해인(왼쪽). 사진제공|드라마하우스·콘텐츠케이


정해인은 어린 시절 부모가 맞벌이를 한 까닭에 조부모와 함께 지냈던 시간이 많았다. 어린 정해인은 조부모에게 “겸손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알게 됐고, 큰 것을 바라기보다 작은 것에서 소중함을 찾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게 됐다.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소함이 주는 행복’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시야를 넓히고 시각을 낮췄더니 행복해지더라.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고. 하하! 저의 꿈은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다.”

정해인이 최근에 찾은 행복은 부모와의 식사이다. 그는 “외식하면 예전에는 부모님이 돈을 내셨는데 지금은 제가 내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큰 행복”이라며 미소 짓는다.

이제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시간이다. “몇 개월의 집중이 끝나면 크게 숨쉬며 숨통을 트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는 “아직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한 작품을 끝내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잘 모른다. 노래도 배우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다. 지금은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연기자 정해인.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연기자 정해인.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데뷔 후 한 달 이상 쉰 적이 없다”는 정해인은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고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입대해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결정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뭘 먹고, 뭘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이 컸다. 지금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 게 고민이다. 지금처럼 차분하게 묵묵히 하고 싶다. 인기는 언젠가 사라질 거다. 캐릭터에 따라 저를 무서워하고 미워했으면 좋겠다. 그것만큼 보람을 느끼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