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함께하는 일자리 탐구 / ⑩ 스포츠 해설자] 한준희 “일단 경기 많이 봐야…정보 전달력도 중요”

입력 2018-06-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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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해설위원. 사진제공|KBS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방송사의 해설위원 경쟁이 화제다. KBS 이영표, MBC 안정환, SBS 박지성의 삼국지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의 입담에 각 방송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월드컵뿐이 아니다.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프로 종목은 물론이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도 해설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해설자의 능력 덕분에 인기가 올라가는 종목도 있다.


해설자는 크게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으로 나뉜다. 선수 출신은 풍부한 현장 경험이 강점이다. 대개 메인 해설을 맡는다. 비선수 출신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선수로 뛰지는 않았지만 이론적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이다.


그렇다면 비선수 출신은 어떻게 해설자가 될 수 있을까.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을 통해 그 세계를 알아본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마친 그는 박사학위(철학)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간 뒤 축구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한 케이스다.

- 어떻게 축구해설자가 됐나.


“인터넷 때문이다. 미국유학시절 유럽축구를 많이 봤다(웃음). 그곳엔 채널이 많고, 가격도 쌌다. 취미로 축구를 보면서 국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썼는데, 반응이 괜찮았는지 그 사이트의 회원수가 급증했다. 그걸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됐고, 방송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 해설자가 되는 방법은.


“축구의 경우 비선수 출신이 해설위원이 된 경로를 보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기자는 채용시험 보면 되고, 변호사는 자격시험 보면 된다. 하지만 해설자는 그런 게 없다. 일률적인 게 없어 뭐라 조언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 선수 출신과 차이점은.


“극복 불가능이다. 직업선수로 뛰어보지 않아 그 장벽을 넘을 순 없다. 예를 들어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직접 그 부위를 다쳐본 사람이 그 아픔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선수 심리도 마찬가지다. 라커룸에서 일어나는 일도 그 경험이 없으면 얘기하기 힘들다.”


- 그렇다면 경쟁력은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유럽축구를 알면 경쟁력이 있었다. 당시 기존 언론에선 해외축구를 많이 다루지 않았다. 정보가 곧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기사가 넘쳐난다. 그래서 나는 정보보다는 심도 있는 이론 공부를 하면서 시청자와 만난다. 예를 들면 전술 시스템 얘기가 나왔을 때 제대로 설명해줄 정도로 공부한다.”


- 직업인으로서의 좌우명이 있다면.


“모르는 건 얘기를 안 한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도 않고, 시청자를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 해설자의 전망은.


“해설위원은 직함일 순 있어도, 직업일 순 없다. 왜냐하면 직업의 안정성이 없다. 4대 보험도 안 된다. 방송사와 정식 계약이 된 케이스가 많지 않다. 대부분 중계마다 페이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 힘든 점은.


“정상적 생활을 하기 힘들다. 축구는 국내외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열린다. 평일과 휴일이 따로 없다. 남들 다 가는 휴가도 못 간다. 한국축구가 없으면 유럽축구, 대표팀 경기가 없으면 클럽축구, 남자축구가 없으면 여자축구, 성인축구가 없으면 청소년축구가 열린다. 하루, 1주일, 한달, 1년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게 축구다.”


-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2가지 정도를 얘기하고 싶다. 경기를 많이 봐야 한다는 점이 먼저다. 경기를 많이 본 사람은 해설의 질이 다르다. 두 번째는 어휘력이나 문장력, 정보를 체계화시키는 능력, 논리력 등이 필요하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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