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신태용호의 가상 스웨덴전 전술(3-5-2) 명과 암

입력 2018-06-01 21: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61위)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FIFA 랭킹 41위)와 평가전을 가졌다. 양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전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축구국가대표팀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을 가졌다.

결과는 1-3 패배.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이날 경기를 스웨덴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라고 생각하고 전술적인 준비를 했다. 신 감독이 선택한 전술은 스리백을 기반으로 한 3-5-2였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로 내세웠다. 포어 리베로 시스템 등 변형 스리백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형적인 스리백 전술이었다. 수비 시에서는 5-3-2 형태를 보였고, 공격 시에는 3-5-2로 미드필더를 두껍게 했다. 신선한 테스트였던 신태용호의 3-5-2 시스템을 자세히 분석해봤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61위)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FIFA 랭킹 41위)와 평가전을 가졌다. 보스니아전에 출전하며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한 기성용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전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나쁘지 않았지만 아쉬움도 남은 기성용의 수비 변신

기성용의 변신은 나쁘지 않았다. 스리백 중앙수비수로 내세운 배경이 있는 듯 했다. 스리백의 좌우 수비를 맡은 오반석(제주)과 윤영선(성남)이 공격으로 전환했을 때 빌드업이 약하다는 것을 의식한 결정인 듯 보였다. 기성용은 수비에서도 괜찮은 역할을 했다. 최종 수비라인에만 머문 것이 아니다. 상대 미드필더가 자유로운 상황에서 돌파를 시도하면 전진하게 강한 압박을 해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기도 했다. 공격에는 적극 가담하지 않았지만 짧은 패스 위주로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했고, 간혹은 장기인 롱패스를 통해 역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1-3으로 뒤진 후반 38분께 기성용이 이날 경기 처음으로 공격에 깊숙하게 가담했다. 수비에서 볼을 끌고 들어오면서 패스를 시도했다. 상대가 잔뜩 내려서 있어 패스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기성용의 공격 가담이 좋았다. 스리백의 중앙수비수로 기성용을 쓰기에 그가 가진 미드필드 장악력과 패스 능력을 어느 정도는 접어둬야 한다는 건 대표팀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일 수 밖에 없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61위)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FIFA 랭킹 41위)와 평가전을 가졌다. 한국 정우영이 보스니아 사리치를 밀착수비하고 있다. 전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핵심은 두터운 미드필드 라인…체력이 변수

신 감독 전술의 핵심은 두터운 미드필더 라인에 있었다. 대표팀은 온두라스전과 달리 상대 수비라인에 대한 강한 압박을 포기했다. 대신 볼이 상대 중앙 미드필더에게 전달됐을 때부터 압박을 시작했다. 이 전술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비형 미드필더 퍄니치(유벤투스)와 베시치(미들즈브러)에서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신 감독은 미드필더들이 자유로운 상태에 있으면 선수들에게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을 주문하는 모습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3명은 수비 시에 일자형대로 넓게 서서 측면 수비까지 해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전반전부터 많이 뛰다보니 후반 25분이 넘어간 시점에서는 미드필더들이 많이 뛰지 못해 미드필드 장악력이 떨어졌다. 미드필드 압박이 약해지면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수들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났다. 90분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61위)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FIFA 랭킹 41위)와 평가전을 가졌다.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전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역습에 취약했던 스리백

전반 2번의 실점 장면에서 전술적인 문제점이 노출됐다. 전반 28분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상대가 한국의 왼쪽 측면을 롱패스로 공략할 때 오른쪽 풀백 이용(전북)의 압박 타이밍이 늦었다. 그로 인해 크로스를 허용했고, 골까지 내주고 말았다. 전반 종료 직전 2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속도전에서 패했다. 상대가 한국의 공격을 끊고 나오면서 롱패스를 시도했다. 보스니아의 오른쪽 윙어는 한국의 최종 수비라인을 한 번에 뚫어내며 골을 성공시켰다. 상대 역습을 차단하는 속도도 아쉬웠지만 양쪽 윙백들이 공격에 가담하다가 끊긴 상황에서의 수비 전환 속도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후반 34분 3번째 실점도 마찬가지였다. 공격 시도를 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이 끊겨 역습을 허용했다. 롱 패스에 이은 슈팅을 또 내주고 말았다.


손흥민-황희찬(오른쪽). 전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확실한 색깔을 드러낸 투톱

온두라스전에 이어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투톱을 이뤘다. 예상대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포백에 장신 센터백을 기용해 경기에 나섰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스피드와 돌파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갔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의 속도가 빛났다. 공격 2선을 책임진 이재성(전북)이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둘을 지원하며 공격 작업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전반 28분 실점을 한 직후 1분 만에 곧바로 이재성의 만회골이 터질 수 있었다. 역습 상황에서 황희찬의 월 패스가 기가 막히게 이재성에서 연결된 덕분이었다. 장신 수비수들과의 스피드 경쟁에 있어 손흥민과 황희찬이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소득이었다. 공격에서의 세밀함과 호흡은 여전히 아쉬웠지만 충분한 경쟁력은 과시했다.

전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