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숙해진 남규리 “이젠 날 채워가는 시간”

입력 2018-06-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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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서 도전을 향한 열망과 책임을 키워가는 남규리. 영화 ‘데자뷰’에 이어 ‘질투의 역사’로 돌아온다.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9년 만에 ‘데자뷰’ 주연, 연기활동 박차
돈버는 일보다 성장 위한 작품 염두
서른세살, 도전적 캐릭터 맡고 싶어


길지 않은 시간이다. 9년 전과 지금, 남규리(33)의 마음은 크게 달라졌다. 소위 잘나가는 그룹의 리더로 사랑받던 시기, 주위 권유와 기획에 이끌려 영화 주인공을 맡았을 땐 몰랐던 열정과 책임감이 커졌고, 뛰어넘어야 할 세상의 시선도 느끼고 있다.

2009년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로 연기를 시작한 남규리가 9년 만에 주연영화로 관객을 다시 찾았다. 상영중인 미스터리 스릴러 ‘데자뷰’(감독 고경민·제작 스톰픽쳐스코리아)다. 가수로 출발해 연기자로 방향을 바꾼 남규리가 “상업적인 모습은 보여줄 만큼 보였으니 이젠 나를 채워가는 시간을 갖겠다”는 각오로 나선 작품이다.

한쪽에선 여전히 남규리를 향해 ‘노래 잘하는 예쁜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그는 연기자로 정체성을 확립한 뒤 여러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을 과시해왔다. 배우 선택에 까다로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잇따라 출연한 사실은 그 ‘증거’로 삼을 만하다.

영화 ‘데자뷰’에서의 남규리.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누구보다 남규리 자신이 가진 의욕과 욕심도 상당하다. 비록 ‘데자뷰’는 완성도면에서 관객에 만족을 주기 어렵지만 주연인 남규리만큼은 환각과 환상에 시달리는 인물을 그려내며 다음 행보를 향한 기대를 높인다. 고된 일정과 캐릭터로부터 받는 영향 탓에 촬영 내내 한두 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을 거쳤지만 그에겐 크게 어렵지 않았다.

“‘고사’에 출연할 땐 멋모르고 즐겼다. 그땐 아이돌 가수가 연기하는 일이 드물었고 간혹 있어도 뭇매를 맞았다. 가수로 오래 무대에 오르고, 방송을 하다보면 내가 노래를 하는지, 인형처럼 앉아 있다 오는지 모를 때가 있다. 허탈함을 느낀 혼돈의 시기다. 그럴 때 시작한 연기는 내가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을 표현하는 출구 같아서 좋았다.”

남규리는 지금 소속사가 없다. 영화 개봉과 관련된 각종 홍보일정도 손수 챙겼다. 물론 함께 일하자는 곳은 있다. ‘계약하면 당장 주연 드라마를 가져다주겠다’고 제안한 곳도 있다. 그런데도 남규리는 선뜻 나서지 못한다. “상업적인 것보다 이제 ‘나’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중이 내게 원하는 건 TV에 계속 얼굴 내밀고 화려한 포토월에 서는 모습이 아니다. 화려한 모습을 보인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나도 식상한데, 대중은 얼마나 식상하겠나. 당장 돈 버는 일 말고, 연기자로 성장하는 작품을 기다린다.”

연기자 남규리.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이른 나이에 데뷔해 처음부터 인기를 누린 스타도 10여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 30대에 접어든 남규리는 “시대를 이야기하는 도전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면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한공주’를 그 본보기로 꺼냈다.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내보이는 역할도 꿈꾼다.

그러면서도 남규리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또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나는 출발부터 너무 편했다.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남규리는 다음 영화 촬영도 마쳤다. 다섯 명의 선후배가 벌이는 사랑과 질투, 복수를 다룬 ‘질투의 역사’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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