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더걸스’ ‘랩’ 내려놓고 온리 보컬…이런 유빈 처음이지?

입력 2018-06-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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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출신 유빈이 데뷔 11년 만에 솔로로 데뷔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다시 출발점에 선 유빈의 변신에 시선이 모아진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데뷔 11년 만에 첫 솔로음반 ‘도시여자’ 발표한 유빈

타이틀곡 ‘숙녀’ 70년대풍 시티팝
그룹 해체 후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
완벽하고 싶은 욕심에 복귀 늦어져
원더걸스 멤버들 응원…내게 큰 힘


‘국민 걸그룹’이라 불리던 원더걸스 출신 유빈(30)이 5일 첫 싱글 ‘도시여자’를 발표했다. 원더걸스로 데뷔한 지 11년 만의 홀로서기이자, 작년 1월 팀 해체 발표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같은 그룹 출신인 선미, 예은, 해림 등이 이미 가수와 연기자의 길을 활발히 걷는 것에 비하면 유빈의 솔로활동은 좀 늦은 편이다. 발매 당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유빈은 “완벽하고 싶은 욕심에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원더걸스 해체 후 자신의 색깔과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유빈은 1년 넘게 자신을 옭아맨 “번뇌의 시간”을 보낸 까닭인지, 표정은 홀가분해보였다.

“가수가 꿈인 사람은 솔로음반을 내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일 것이다. 데뷔하기 전에는 데뷔가 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10년 넘게 활동해온 원더걸스가 없어지면서 내 색깔을 빨리 찾아야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니까 어떤 장르가 나에게 맞는지, 또 어떤 부분을 보여드리면 신선해할까 고민이 많았다. 복잡했지만 하나하나 풀어 가다보니 답이 나왔다.”

고민의 흔적은 음반에서 묻어난다. 데뷔음반에는 애초 타이틀곡 ‘숙녀’와 ‘도시애’ 2곡이 담겼다. 아쉽게도 ‘도시애’는 저작권 문제로 발표를 연기했다가 6일엔 발매를 취소하기로 했다. 결국 타이틀곡 1곡만이 공개됐지만, 그것만으로도 ‘솔로가수 유빈’의 색깔을 들여다보기엔 충분하다.

가수 유빈.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 시절 래퍼로 활동했던 유빈은 보컬리스트로 변신했다. 2015년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 출연해 래퍼로서 ‘재발견’을 이뤄냈던 그이지만, 잘하던 랩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중저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곡의 분위기와 랩이 맞지 않았다. 의외로 제 노래를 신선하게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룹 활동 때부터 보컬레슨을 받아서 무리는 없었지만 솔로로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이끌고 나가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감정이나 음 처리 등에서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타이틀곡 ‘숙녀’는 1970∼80년대 유행하던 ‘시티팝’ 장르다. 래퍼라는 점에서 “힙합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깨진 것이다. 시티팝은 펑크, 디스코, R&B, 미국 소프트 록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친숙하고 듣기에도 편안한 장르다.

“워낙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작년에 우연찮게 한 카페에 들렀는데 장필순 선배님의 ‘어느새’가 흘러나왔다. 너무 좋았다. 이 곡을 시작으로 비슷한 장르의 곡을 찾다보니 김현철 선배님의 곡도 나오면서 시티팝으로 이어지더라. 제 중성적인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 거다’ 싶었다.”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만들어낸 시티팝을 위해 유빈은 ‘뽀글뽀글’한 머리와 ‘반짝이’ 의상, 화려한 색조 화장을 음반재킷 속에 담았다. 무대에서도 이 같은 이미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원더걸스 활동 때에 선보였던 레트로풍과 분위기가 겹친다. 하지만 유빈은 “원더걸스의 레트로는 색깔로 표현하면 빨간색이다. 강렬하면서 정열적”이라면서 “이번에는 파란색에 가깝다. 청량하면서도 도회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완선 선배님은 원더걸스 ‘텔미’때부터 참조했다. 민해경, 이지연, 강애리자 선배님 등 과거 활동했던 방송 영상을 모두 찾아봤다. 그 시대를 무대로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1980년대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매력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

가수 유빈.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솔로로 자리를 굳힌 선미와 예은은 유빈의 색다른 도전에 “멋있다”고 평가했다. ‘원더걸스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들이기에 같은 비교선상에 놓이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들의 색깔은 분명하지 않나. 저마다 개성이 달라서 비교자체가 불가하다. 너무나도 잘된 그들을 보고 부담이 되기보다는 자극이 된다. 또 큰 힘이 됐다. 서로를 의식하지도 않고 서로 힘이 되는 존재다. 그들의 성공 덕분에 제 솔로활동에도 작은 관심이나 기대가 생기지 않았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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