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영하. 스포츠동아DB
사안의 중대성을 이미 경험한 구단들은 부랴부랴 파악에 들어갔다. 그러나 특별히 짚이는 사례는 없었다. KBO로부터 더 이상의 메시지도 없었다.
다만 KBO는 구단들한테 맡겨놓고 있지만 않았다. 5월 18일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7일 “아직 경찰 조사 결과를 못 받았다.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공식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클린 베이스볼 센터에 승부조작 제보가 접수된 시점은 5월 초였다. 브로커 A의 제의를 받은 B선수가 그 유혹에 굴하지 않고, 클린 베이스볼 센터를 찾은 것이다.
B선수가 내린 순간의 판단은 좁게는 자기 자신, 넓게는 소속 구단과 KBO 생태계를 구했다.
바로 신고를 함으로써 결백을 증명했고, 소속팀과 KBO의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다.
KBO는 7일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B선수의 신분과 소속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일에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7일 오후 B선수의 소속팀은 떳떳이 존재를 밝혔다. B선수는 두산 투수 이영하(21)였다. 두산은 “이영하가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데 선뜻 동의했다”는 전제 하에 전말을 전했다.
내용을 보면, 이영하는 4월 30일 모르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의 모교가 아닌 C고교를 졸업한 브로커 A로부터 제의를 받았고, 그 즉시 이영하는 “전화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의사표시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동시에 상대방 번호를 차단했다. 그러나 브로커 A는 5월 2일, 다른 번호로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이영하는 “신고하겠다”고 말한 뒤 번호를 차단했다. 실제로 전화를 끊자마자 구단에 신고했다. 그리고 두산은 브로커 A가 타 구단 선수와도 접촉할 수 있다고 판단해 KBO에 알렸다. 그 덕분에 사전예방이 가능했다.
이영하는 “내가 아니라 어떤 선수라도 나와 같은 대처를 했을 것이다. 실명공개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내가 떳떳하니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다. KBO와 경찰은 브로커 A의 신변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A가 이영하 한 명만 접촉을 시도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 시점까지 A와 추악한 거래를 한 선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