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부르크 리포트] 신태용호, 실험중이라지만…0-0은 너무했다

입력 2018-06-0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공을 몰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답답한 90분이었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이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슈타디온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날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에서 볼리비아(59위)는 한국(57위)보다 뒤에 있고, 더욱이 볼리비아 선수들은 주축이 빠진 사실상 1.5군 멤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신태용(48) 감독은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볼리비아전에 대해 “월드컵 베스트 라인업의 60∼70%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장현수(27·FC도쿄)의 합류로 포백을 가동하되, 월드컵을 고려해 라인을 내리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예고대로 대표팀은 4-4-2 포메이션을 구성했다. 장현수와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짝을 이루고 좌우 풀백에 박주호(31·울산 현대)∼이용(32·전북 현대)이 나섰다. 사실상 정예 디펜스 라인이다.


나머지는 예상 밖이었다. 김신욱(30·전북)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이 투톱, 윙어 이승우(20·베로나)∼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이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정우영(29·빗셀 고베)과 중원을 형성했다.


사실 새내기 콤비에게 측면을 맡기는 건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험이 필요했다. 신 감독은 둘의 엔트리 발탁에 대해 일찌감치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상대) 스웨덴을 염두에 두고 뽑았다”고 설명했다. 빠른 침투와 활발한 공간 활용으로 신체조건이 좋은 상대를 흔든다는 포석. 물론 두 팀은 전혀 다른 축구를 하나 볼리비아를 스웨덴으로 가정하고 경기를 하면 나름의 해법을 구상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스웨덴전에서 우리가 구사할 것으로 보이는 스리백이 아닌, 중원과 전방을 실험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답답했다. 경기는 주도했지만 썰렁한 관중석만큼이나 활기도 긴장감도 없었다. 세밀하지 않은 마무리와 엇갈린 호흡이 아쉬웠다. 이틀 전(5일) 체력훈련의 여파 탓인지 몸이 무거웠다.


후반 들어 대표팀이 승부수를 띄웠다. 전반 내내 실수가 잦은 문선민과 평소보다 둔탁한 플레이를 펼친 이승우 대신 이재성(26·전북)∼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 출격하면서 측면에 변화를 줬다. 소득은 없었다.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하고도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대표팀은 11일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을 통해 월드컵에 앞서 최종 점검 기회를 갖는다.


한편, 이날 대표팀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선수들의 등번호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된 것과 전부 바꿔 달았다. 실제로 경기장에는 스웨덴, 멕시코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들이 각자 수첩에 신태용호의 포메이션과 플레이를 꼼꼼히 체크하는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