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유영준은 왜 NC 감독대행을 수락했을까

입력 2018-06-09 09: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NC 유영준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NC 유영준 감독대행(56)은 7일 평생 잊을 수 없는 기념품을 하나 챙겼다. 그날 마산 롯데전에서 5-4로 승리한 직후였다. 유 대행은 8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누군가가 나에게 승리구를 챙겨줬다. 야구인생에서 처음 간직하는 공이다”라고 웃었다.


그렇게 감독대행으로서 첫 승을 해냈어도 마냥 기뻐할 새가 없다. 과장을 약간 보태면 대행이 되고 나서 8일까지 4경기를 치른 시간의 고민이, 그 이전까지의 인생에서 겪었던 그것보다 더욱 극심했다.


이쯤 되면 왜 유 대행이 사지(死地)를 선택했을지 궁금해진다. 이 지점에서 유 대행은 역대의 감독대행들, 혹은 감독이 되고픈 야망으로 충만한 야구인들과 약간 결이 다르다. “나라고 왜 고민을 안 했겠는가? 그래도 누군가는 팀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맡아야 할 자리였다.”


유 대행은 적어도 지금까지 ‘잘하겠다’, ‘이기겠다’, ‘이런 컬러의 야구를 하겠다’ 같은 류의 말들을 하지 않고 있다.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팀의 안정”이다.


그동안 프로야구 감독의 조건으로 여겨진 ‘권력의지’가 유 대행에게는 잘 안 보인다. 역설적으로 이 ‘사심 없음’이 이런 엄혹한 시국에 NC가 유 대행에게 중책을 맡긴 이유라 할 수도 있을 터다.


유 대행에게 NC의 2018시즌 잔여경기는 테스트의 무대일 수 있다. 여기서 잘한다면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으리라는 야심을 가질 법하다. 그러나 유 대행은 “나는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의 쓰임새를 규정한 셈이다.


말 그대로 유 대행은 의지가 아니라 운명에 의해서 NC의 현장 수장이 됐다. 역량의 문제를 떠나서 그 나름의 책임감이 그를 그 자리로 밀어 올렸다. 8일까지의 대행 성적(1승3패)에서 짐작되듯 그가 NC를 반등시킬지 미지수다. 다만 NC의 미래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