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화는 숙명” 만38세 니퍼트의 고민과 변화

입력 2018-06-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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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니퍼트. 스포츠동아DB

‘에이스’를 기대했지만 ‘꽝’인 듯했다. 하지만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7·KT)는 부활의 전조를 조금씩 알리고 있다.


니퍼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여곡절을 겪은 뒤 KT에 합류했다. KT가 기대한 모습은 단 하나. 에이스로서의 파급력이었다. 그러나 첫 9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6.36으로 좋지 못했다. 팬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던 찰나. 니퍼트는 변화를 모색하며 반등했다. 최근 2경기서 13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2.77. 이게 바로 KT가 그에게 바라던 모습이다.


시즌 초반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던 건 단연 노쇠화였다. 니퍼트의 올 시즌 속구 평균구속은 147㎞이며 최고구속도 155㎞에 달한다. 슬라이더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138㎞까지 기록했으며, 평균 131㎞대를 유지한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모습만으로는 니퍼트의 힘이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투수의 공은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구속이 예년과 비슷해도 볼끝이 떨어졌다면 타자들이 느끼는 위압감이 덜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니퍼트의 올해 피안타율(0.327)은 그 근거일까. 하지만 니퍼트의 올해 BABIP(인플레이타구타율)는 커리어 평균 0.303보다 무려 8푼 높은 0.383이다. 그만큼의 불운이 니퍼트의 피안타율을 끌어올렸다. KT의 내야가 두산에 비해 헐거운 점이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니퍼트는 모든 원인을 본인에게 돌렸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힘이 떨어지는 건 숙명이다.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예전처럼 힘으로 누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스로도 전성기에 비해 위력이 감소함을 인정한 것이다. 사실 니퍼트는 KT 합류 직후 “지난해 후반기 부진에 대해 ‘노쇠화’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안다.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즌 반환점을 돌기 전 이를 인정하고 수긍한 것. 니퍼트는 “시즌 초반에는 전부 안 좋았다. 제구, 구속, 회전수 모두가 그랬다. 스프링캠프 때 실전등판을 하지 못한 영향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노쇠화를 인정한 이상 스타일의 변화는 당연했다. 니퍼트는 투구패턴에 변화를 줬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꽂아 넣었고, 이닝을 거듭하더라도 속구 구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반등의 기미가 보였다. 김진욱 감독도 “바로 그 점 때문에 니퍼트는 영리한 투수다”고 칭찬했다.


니퍼트는 “KT가, 김진욱 감독이, 그리고 내가 나에게 바라고 원하는 부분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각오했다. KBO리그 통산 100승까지 남은 건 단 2승. 그가 세울 이정표가 멀지 않았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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