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페의 핸드볼이 기름 부은 ‘VAR 음모론’

입력 2018-06-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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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러시아월드컵에 도입된 비디오판독(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논란에 휩싸였다.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의 핸드볼 반칙이 마치 기름을 부은 듯 거센 논쟁을 촉발했다.


포르투갈은 20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호날두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모로코를 1-0으로 꺾고 스페인과 함께 공동선두(1승1무)로 나섰다. 반면 2패를 안은 모로코는 32개 출전국 중 가장 먼저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Man Of the Match)로는 이번 대회 4번째 골을 뽑은 호날두가 선정됐다. 그러나 경기 후 장외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페페였다.


페페는 후반 34분 모로코의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명백한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스스로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고, VAR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경기를 생중계하던 KBS 이영표 해설위원은 “VAR이 왜 있는 거죠?”라며 일침을 가했다. 경기 후 모로코의 노르딘 암라바트는 “VAR 제도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억울해했고, 타임은 “페페가 전 세계 팬들을 분노케 했다”고 지적했다.


이 장면으로 인해 VAR에 대한 불신론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일부 출전국과 선수들로부터 ‘일관성’에 대한 불만을 낳은 가운데 ‘형평성’으로까지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축구약소국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일종의 음모론이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21일 새벽 벌어진 스페인-이란의 또 다른 B조 경기에서 후반 17분 이란의 1-1 동점골이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에 의한 노골로 선언된 상황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판정보조수단일 뿐인 VAR의 태생적 한계로 볼 수 있다. 다른 종목과 달리 축구에선 VAR 적용 여부를 주심과 소수의 전담요원만이 독점한다. 이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잡음이 불가피한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피해가 약자에 집중되면 음모론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거친 반칙이 줄어드는 등의 순기능도 분명하지만, 반대편에선 VAR의 어두운 일면도 드러나고 있는 러시아월드컵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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