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러시아] ‘신고식은 혹독했지만’ 희찬-승우, 젊은 패기로 멕시코 부탁해!

입력 2018-06-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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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이승우(오른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제 고작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우리에겐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공은 둥글다. 약체가 강호를 잡는 이변, 축구의 묘미다.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에 나선 축구국가대표팀은 24일 0시(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펼친다.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이 얘기한 통쾌한 반란의 출발이 될 수 있다.


단단한 뒷문도 중요하지만 화력이 폭발해야 한다.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 대표팀 ‘막내 듀요’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의 활약이 절실하다. 둘에게 18일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스웨덴과 1차전은 행복하면서도 아팠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 평생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는 영예를 누렸으나 팀은 패하고 말았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무너진 건 1998년 프랑스대회 이후 20년 만이라 실망은 배가 됐다.


황희찬은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격해 풀타임을 소화했고, 이승우는 후반 28분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을 대신해 교체투입 됐다. 냉정히 따지면 둘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완전히 라인을 내려선 한국은 효율적인 공격을 전혀 펼치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승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수비 지향의 대표팀에서 윙 포워드는 대개 투 톱 일원으로 뛴 황희찬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고, 이승우는 뭔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기에는 출전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유효 슛 0개라는 창피한 기록도 이어졌다.


그래도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월드컵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직접 느끼면서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었다. 멕시코와의 일전은 또 달라지리라 믿는다. 황희찬은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하는 경우는 드문데, 월드컵은 달랐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전도 출전했지만 월드컵이라는 세 글자 앞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1차전을 되돌아보면서도 “이제는 다른 걸 돌아볼 필요가 없다.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준비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우의 생각도 분명하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3승을 거둔 걸 본 적이 없다. 한 경기 졌다고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도 사기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라는 말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한 채 그저 비난만을 위한 비난을 일삼는 일각에서의 분위기에 대한 서운함, 스스로를 다잡는 의지가 엿보였다.


멕시코는 힘도 좋지만 다이내믹한 특유의 흥과 리듬을 갖고 있다. 흐름을 타면 더없이 매서운 상대다. 결국 기 싸움이 중요하다. 최전방과 측면을 책임질 겁 없는 막내들의 투지와 패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순간이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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