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러시아] ‘울보’ 손흥민이 신태용호에 안긴 선물…‘통쾌한 반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8-06-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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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5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 중 3분이 흘렀다. 스코어 0-2. 승부는 결정돼 있었다. 이 때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왼발 중거리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멕시코 수문장 오초아가 몸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최종스코어 1-2.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한 골 차로 아쉽게 패했다. 18일 벌어진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0-1로 진 한국은 이제 2패가 됐다. 같은 날 소치에서 진행된 경기에서 독일이 스웨덴을 2-1로 제압해 실낱같은 16강 진출의 희망이 살아났다. 2연승을 달린 멕시코(승점6)가 1위, 스웨덴과 독일이 나란히 1승1패(승점3)를 기록 중이다. 남은 최종전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고, 한국이 독일을 꺾으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신태용호’는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도 있다.


포기하지 않은 손흥민의 득점이 마지막 희망을 가져온 셈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또 한 번 눈물을 쏟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에게 2-4로 패한 직후 주먹으로 땅을 치며 울었던 그는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후 라커룸을 격려차 방문했을 때도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손흥민의 등을 두드려줬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러시아 출발에 앞서 “이번엔 정말 울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건만 결과는 가혹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황희찬을 안아주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큰 부담감 없이 첫 출전했던 브라질월드컵에서 골 맛도 보며 개인적으로는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었으나 자존심이 강한 그에게 조별리그 탈락은 용납할 수 없었다. 러시아 여정을 그토록 고대한 배경이다. 지인들에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싫다”고 강조한 손흥민은 멕시코를 상대로 후회 없이 싸웠다. 9개의 소나기 슛과 2개의 유효 슛을 시도하며 동료들을 진두지휘했다. 수많은 욕설도 내뱉었다. 의지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에 대한 답답함, 스스로를 향한 괴로움의 표현이었다. 스웨덴전에서 유효 슛 0개로 망신을 산 대표팀은 손흥민의 분전 속에 멕시코 골문을 향해 슛 17회(유효 6회)를 쏘아댔다.


거짓말처럼 반복된 ‘졌잘싸’의 운명에 마주선 손흥민은 ‘미안함’만 반복할 뿐이었다. “내가 찬스를 너무 많이 놓쳐 미안하다. 더 잘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동료들에 미안하다”면서 “여전히 월드컵이 무섭다. 정말 두렵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세계의 눈은 그의 눈부신 부팅에 찬사를 쏟아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그의 슈팅에 대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환상적인 득점”이라고 극찬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한국에게 큰 위안을 주는 골”이었다고 평가했다.


희망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까.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손흥민의 골이 터진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면서 아직 우리의 여정이 끝이 아님을 알렸다. ‘통쾌한 반란’은 아직 한국축구의 곁을 꿈틀대고 있다. 27일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의 3차전을 앞두고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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