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위키] ‘세리머니’의 두 얼굴

입력 2018-06-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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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미국월드컵 당시 브라질 축구대표팀 베베토의 골 세리머니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러시아월드컵이 때 아닌 ‘세리머니 논란’으로 뜨겁다. 한쪽에선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구호가, 다른 한쪽에선 상대를 도발하는 행위가 불씨가 됐다. 짜릿한 득점과 통쾌한 승리를 자축하는 수단으로 잘 알려진 세리머니. 여기엔 이처럼 상반된 두 얼굴이 숨어있다.


●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양념


월드컵 세리머니의 시초로는 1990이탈리아월드컵 16강 카메룬-콜롬비아전이 꼽힌다. 당시 카메룬 로저 밀러가 골을 넣은 뒤 코너킥 지점으로 달려가 선보인 현란한 춤이 화제를 몰고 왔다. 이어 열린 1994미국월드컵에선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세리머니가 탄생한다. 브라질 베베토의 ‘요람 세리머니’다. 베베토는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함께 양팔을 구부려 힘차게 흔들었다. 곧 태어날 자신의 아기가 탈 요람을 상징하는 흐뭇한 세리머니였다.


2002한일월드컵은 한국축구가 마음껏 세리머니를 펼친 무대로 기억된다. 중심엔 대회 2골을 터뜨린 안정환이 있었다. 조별리그 미국전 헤딩골 이후 동료들과 쇼트트랙 흉내를 냈는데 이는 그해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이 오심으로 눈물 흘린 장면을 통쾌하게 받아친 세리머니였다.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안정환은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선 골든골을 터뜨리고 나서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에 입을 맞추며 ‘반지의 제왕’이란 별명도 얻었다.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당시 스위스 축구대표팀 그라니트 샤카의 골 세리머니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정치적·감정적 논란 야기하는 행위


이처럼 세리머니는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그 반대의 효과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23일(한국시간) 스위스와 세르비아의 E조 2차전에서 나왔다. 이날 골을 넣은 스위스 제르단 샤키리와 그라니트 샤카의 ‘쌍두독수리 세리머니’가 발단이 됐다. 알바니아와 코소보, 세르비아를 둘러싼 정치적 분쟁을 뜻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스위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다음날인 24일에는 스웨덴을 상대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둔 독일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 직후 독일 측 관계자 두 명이 스웨덴 벤치로 다가가 과도한 수위의 세리머니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웨덴 선수단은 상대의 도발에 즉각 발끈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렀지만 현장 관계자들의 중재로 충돌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FIFA는 25일 해당 문제에 대해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세리머니의 두 얼굴이 2018러시아월드컵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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