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의 눈] 절실함으로 독일 이겨낸 후배들, 자랑스럽다

입력 2018-06-28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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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2:0으로 승리하자 기뻐하는 주세종 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수들 모두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경기력으로 잘 반영이 된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최고의 경기를 했다.


우리의 주요 포메이션이자 멕시코 전에서 잘됐던 4-4-2 포메이션을 썼다. 수비에 있던 장현수의 위치를 미드필더로 올렸다. 장현수는 과거 미드필더도 소화한 경험이 있는 선수다. 앞선 경기에서의 실수로 위축이 된 장현수를 벤치에 앉혀버렸다면 더 기가 죽을 수 있었을텐데 신태용 감독이 다른 방향으로 잘 활용한 것 같다.


경기가 열린 카잔의 날씨가 덥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부분은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유럽 팀들 대부분이 더운 날씨에 좀 더 지치는 경향이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때 독일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당시 날씨가 엄청 더웠다. 우리가 전반에 골키퍼 실수로 3골을 내주는 바람에 패배(2-3)했지만, 시간이 몇 분만 더 있었더라면 이길 수 있었다. 그 때 독일 선수들이 후반에는 거의 뛰지를 못했다.


경기 종료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체력이 떨어져가는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찬스를 만들어 나간 반면, 독일은 선수들의 표정에서 조급함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는 전반을 실점 없이 마친 것이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을 더 높이지 않았나 싶다.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 중 손흥민이 수비를 저지하며 공을 몰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독일은 무조건 이겨야만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하니까 후반 교체카드를 전부 공격수 투입에 썼다. 수비는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을 했는데, 수비 강화의 목적이 아니라 공격수 숫자가 늘었기 때문에 이뤄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중에는 수비수들마저 전부 공격에 가담했다. 이렇게 극단적인 공격은 상대 역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독일은 조별리그 내내 그랬다. 골이 나와야 역습에 당해 실점을 해도 가서 또 득점을 하는데, 골은 안 터지고 역습에 당하는 상황이 반복이 되면서 선수들이 체력, 심리적으로 전부 무너졌다. 결국은 이 문제점이 끝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부분을 잘 노렸다. 독일이 워낙 극단적인 공격을 했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에게 좋은 찬스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기 막바지 골이 터지면서 더 힘을 받았다. 우리는 경기에 투입된 선수마다 자신의 몫을 잘 해냈다. 부상당한 기성용을 대신해 볼란치로 나선 정우영은 스타일은 달랐지만, 슈팅이 좋은 본인의 장점을 잘 살려서 나름대로 공백을 잘 메웠다. 장현수 대신 중앙수비수로 나선 윤영선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잘 해냈다.


다들 어렵다고 했던 경기였다. 우리 국민들조차도 독일을 꺾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 모두가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을 모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최근 몇 년간의 A매치 중에서 최고의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좋은 경기를 보고나니 앞서 펼쳐진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 패배가 두고두고 아쉬운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16강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월드컵 최고의 이변을 이뤄낸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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