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최정원 “공연할 때만 혈압이 정상…난 무대체질”

입력 2018-06-2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정원은 2000년 국내 초연부터 이번 공연까지 무려 14회의 시즌에 ‘개근’한 뮤지컬 시카고의 춤추고 노래하는 역사다. 유일하게 두 주인공인 록시와 벨마를 모두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최정원은 2000년 국내 초연부터 이번 공연까지 무려 14회의 시즌에 ‘개근’한 뮤지컬 시카고의 춤추고 노래하는 역사다. 유일하게 두 주인공인 록시와 벨마를 모두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뮤지컬 시카고 ‘벨마 켈리’ 최정원

국내 공연 14시즌간 ‘벨마 켈리’역
단 한 번도 쉰 적 없는 ‘시카고 장인’
무대인생 30년…아직도 부족해요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10년은 파야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한 우물을 10년이 아니라 10년씩 세 번, 30년을 판 사람이 있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이름의 우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람을 ‘뮤지컬 장인’이라고 부릅니다.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최정원 배우를 만났습니다. 최정원 배우는 이 공연장에서 매일 밤 막을 올리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 중입니다. 무슨 역이냐고요? ‘최정원’ 하면 ‘벨마 켈리’죠.

“애들은 가라” 뮤지컬인 시카고는 199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지극히 미국적인 뮤지컬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초연되었고, 이번 공연까지 열네 번(14시즌)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한 작품이 14차례나 공연되었다는 사실만 봐도 우리나라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최정원 배우는 이 14시즌 중에서 몇 번이나 시카고 무대에 섰을까요. 놀라지 마세요. 14시즌 중 14번입니다.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답니다. 이쯤 되면 아예 ‘시카고 장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죠?

최정원 배우는 “시카고는 내 심장을 더 빨리 뛰게 해주는 작품”이라며 애정을 듬뿍 드러냈습니다. 평소 저혈압이 있는데 공연을 할 때는 혈압이 정상이 되는 ‘무대체질’입니다. 그런데 “시카고는 정상을 넘어 고혈압이 될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해외 스태프들이 “재키(최정원의 영어이름), 제발 에너지 좀 줄여”라고 호소(?)할 정도라죠.

뮤지컬 ‘시카고’에서 ‘벨마 켈리’ 역을 맡은 최정원(오른쪽)과 ‘록시 하트’ 역을 맡은 김지우.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에서 ‘벨마 켈리’ 역을 맡은 최정원(오른쪽)과 ‘록시 하트’ 역을 맡은 김지우.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시카고는 여주인공 두 명이 끌어가는 작품입니다. 벨마는 교도소 안의 최고스타이지만, 더 어리고 예쁜 록시가 뒤늦게 들어와 벨마를 밀어내고 스타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벨마와 록시의 미묘한 갈등관계가 이 작품을 보는 재미를 깊게 만듭니다.

“두 배우의 경쟁심이 만만치 않겠구나” 싶은데 최정원 배우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상대가 잘해야 내가 더불어 빛난다”며 월드컵 시즌답게 축구의 예를 들었습니다.

“(연기도) 축구랑 똑같아요. 아무리 패스를 잘해줘도 상대가 골을 못 넣으면 진이 빠지죠. 반대로 상대도 내가 골을 넣을 수 있게 정확하게 공을 보내줘야 합니다. 아무리 폼이 좋으면 뭐해요. 내가 오른발을 잘 쓰는데 왼발 앞에 공을 놓아봐야 제대로 슛을 할 수가 없겠죠. 그게 팀워크 아니겠어요.”



최정원 배우는 “무대 위에서는 경쟁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시카고에 출연하는 배우 중 막내가 스물세 살인데, 그 친구 연습하는 거 보면서도 나는 배우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동년배의 배우들이 어느덧 후배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듣고 있지만 여전히 최정원 배우는 ‘선배’, ‘언니’, ‘누나’로 불리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이 되지만 최정원 배우는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토록 많이 벨마를 연기해 왔지만 여전히 그는 아쉽다고 합니다.

“오늘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제 벨마는 분명 어제보다 나을 테니까요.”

오늘 밤 그의 슛은 더 빠르고 강하게 골망을 가를 겁니다. 장인의 약속이니 틀림없겠죠?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