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사사로운 이야기] ‘심쿵’ 입소문 자자했는데…허스토리의 예상 밖 부진

입력 2018-07-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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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 사진제공|NEW

영화 흥행 수치나 드라마 시청률을 예측하고 그 기록을 매일 확인하는 일은 작품을 기획하고 만든 이들만의 몫은 아니다. 자정을 넘긴 직후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접속해 전날 상영작의 일일 관객수를 확인하는 과정은 영화담당 기자에게도 빼놓기 어려운 일과 중 하나로 통한다.

누구에게나 ‘사심’은 있는지라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닌데 관객수를 확인할 때면 괜히 떨리는 순간이 있다. 개봉 전 미리 시사회로 본 영화에 꽤 만족했다면 은근히 기대심이 발동하고, 간혹 흥행 수치 예측이 적중하면 ‘역시 나는 감이 좋다’며 자신감을 충전하기도 한다.

극장에 ‘센’ 영화들이 걸리는 7월에 접어들면서 자정 넘어 흥행 스코어를 확인하는 횟수는 부쩍 늘었다. 웬걸. 용케 답을 피해 답안지를 작성하듯 예측과 전망은 줄줄이 빗나가고 있다. 보는 ‘눈’이 잘못됐는지, 어떤 원인이 작용했는지, 대체 뭐가 문제인지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쉬움이 앞선다. 역시 ‘사심’ 때문이다.

영화 ‘허스토리’는 그런 면에서 적잖은 당혹감을 안긴 작품이 되고 말았다. 시사회를 통해 일찌감치 확인한 영화에 ‘심쿵’했던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스코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아쉬움일까. 꼭 그렇지도 않은 분위기다. 오며가며 만나는 영화관계자, 영화담당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는 걸 보니 나만의 착각은 아닌 듯도 싶다. 어쨌든 이렇게 흘려보내긴 아쉬운 작품이다.

물론 영화 선택은 어디까지가 관객 취향에 따라 갈리는 법. 개봉 시기와 상황, 스크린 배분을 좌우하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상술 등 숱하게 존재하는 외적 요인도 영화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도 ‘잘 만든’ 영화가 꼭 ‘잘되는’ 영화가 되라는 법은 없다. 여러 할리우드 영화를 뒤섞어놓은 듯한 ‘마녀’가 벌써 170만 관객을 넘겼으니 말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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