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런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랍에미리트(UAE)와 팔레스타인을 누락한 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참가국을 전달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실수로 대회 준비에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결국 기존의 24개국에서 26개국으로 참가국이 늘어난 가운데 미뤄진 대회 조 추첨은 25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다. 전 대회 성적에 따라 북한∼이라크∼일본∼태국과 포트1에 속한 우리가 B조나 E조에 포함될 경우 조별리그만 4경기를 치러야 한다. A, C, D, F조는 4개국으로 편성된다.
B조나 E조에 속하면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조별리그 1차전을 8월 12일 치러야 한다. 8월 14일과 15일 1차전을 갖는 다른 조보다 서둘러야 하기에 그만큼 준비도 굉장히 촉박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시안게임 출정식을 겸해 유일하게 섭외한 8월 9일 이라크 평가전도 조 추첨 결과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국과 이라크 중 누구라도 8월 12일에 1차전을 치르는 일정을 받으면 평가전 자체를 아예 취소하거나 스파링 파트너를 바꿔야 한다. 또 현지출국 일정도 앞당겨야 할 수도 있다.
김학범(58) 감독을 비롯한 U-23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말레이시아∼바레인∼키르기즈스탄과 묶인 기존의 조 편성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상대국 현미경 분석에 나섰던 이들은 뒤늦은 ‘조 편성 취소’ 결정이 황당할 따름이었다.
김학범 감독(오른쪽 두 번째). 스포츠동아DB
그럼에도 김 감독은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적과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를 강조해온 공부하는 지도자답게 1월 중국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을 토대로 모든 국가들의 최신 정보를 A부터 Z까지 낱낱이 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위원장 김판곤)가 2월 말 전임 김봉길(52) 감독의 후임자를 물색할 때 김 감독은 완벽에 가까운 자료 준비와 프레젠테이션(PT)으로 타 후보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AFC U-23 챔피언십에서 드러난 당시 우리 대표팀의 장단점은 물론, 해당 연령대 아시아 및 국제 동향과 주요 경쟁국들의 전력 등을 두루 담아낸 자료에 감독선임위원회 선임소위원회 위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는 후문.
김 감독은 “시간이 다소 촉박한 면이 있지만 조 추첨이 나오자마자 코치들과 부지런히 서두르면 따끈따끈한 최신식 자료를 선수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모든 상대국들의 최신경기 영상도 언제든지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20명)에 발탁된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황의조(26·감바 오사카)∼황희찬(22·잘츠부르크)∼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김정민(19·FC리퍼링) 등 해외파의 합류 시기는 늦어도 이번 주 내로 확정한다는 것이 협회의 복안이다. 조별리그부터 출전할 수 있는지, 1차전부터 가능한지, 훈련캠프 합류는 국내부터 할 수 있는지 등부터 확인돼야 보다 원활한 준비가 이뤄질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