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카이 “‘프랑켄슈타인’의 메시지는 결국 ‘사랑’이죠”

입력 2018-07-28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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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줄이고 줄여서 딱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사랑’인 것 같아요. ‘괴물’이 ‘빅터’에게 ‘이게 너에게 하는 내 복수’라고 하지만 결국 앙리도, 괴물도 진정한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 그런 형식의 복수를 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프랑켄슈타인’을 ‘사랑’이라고 말한 뮤지컬 배우 카이는 정말 작품을 향한 마음이 넘쳐보였다. 작품 속 창조주에게서 사랑을 받기 갈망하는 ‘괴물’처럼 말이다. 그 만큼 카이에게 이 작품은 고뇌도 안겼고 그와 대등한 애정도 안겨줬다. 올해로 3연을 맞이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카이는 강한 소신을 가진 군인으로 전장에서 빅터를 만난 후 그의 연구에 매료되어 조력자로 나서는 앙리 뒤프레 역과 빅터의 피조물인 괴물 역을 맡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초연과 재연이 작품성이나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뒀기에 새로운 캐스트로 발탁된 카이는 여러 모로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었다. 그는 “나 역시 이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배우로서 참 힘든 연기였다. 방대한 양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주제, 그리고 스케일이 컸기 때문에 어려운 작품이라는 걸 느꼈다. 언젠가 ‘빅터’를 할 날이 올까 했는데 ‘앙리’역이 내게 오더라. 그런데 이 역할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앙리’와 ‘괴물’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1인 2역이라고 하지만 그냥 한 사람과 같았다. ‘정기열’인 내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 같았다”라며 “자신의 절대적인 신념을 갖고 살지만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무너지고 실패할 때도 있지 않나. 그런 가운에 야누스 본성이 나오기도 하고. 그렇게 공감을 하면서 캐릭터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대본을 연구하다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다. 메리 셸리의 동명 원작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야기가 담기기도 했고 대본의 흐름을 보며 여러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카이는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이나마 더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그는 “박은태나 한지상이 만들었던 괴물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지만 새로운 괴물은 만들 수 없는 건지 자문했다”라고 말했다.

“‘괴물’이라는 것이 창조주에 의해서 새롭게 탄생됐을 때 그게 정말 완벽한 존재일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반대의 캐릭터를 잡아가기 시작했어요.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괴물을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과학에 대한 맹신, 스스로에 대한 강력한 신념을 대변하는 앙리 뒤프레와 대비하게 된다는 답을 얻었어요.”

이후 그는 왕용범 연출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만들 캐릭터에 말했다고. 카이는 “‘잭 더 리퍼’때도 그러셨지만 왕 연출께서 ‘다른 배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선에서 연기해’라며 자유권을 주셨다”라며 “이후에도 따로 논의도 하며 연기톤을 잡으며 캐릭터를 차곡차곡 만들었던 것 같다. 새벽 2~3시에도 메시지를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카이는 ‘프랑켄슈타인’을 하면서 외모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 무대 위에서 보이는 ‘앙리’의 안경이 그 예다. 그가 안경을 쓰게 된 것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캐릭터를 구상하며 안경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카이는 왕 연출에게 제안했지만 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

“제가 생각해도 치밀한 건지, 엉뚱한 거지 모르겠지만 리허설 때 눈이 안 좋은 척 하면서 안경을 썼었어요.(웃음) 실제로는 안경알이 없었거든요. 왕용범 연출께서 일부러 썼는지 물어보시며 ‘캐릭터에 좋을 것 같다. 안경 하나 구해와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앙리에 어울리는 안경을 찾아보곤 직접 구매까지 했어요. 머리도 원래는 삭발을 하려고 했어요. 관객들에게 충격적인 비주얼을 좀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앙리’와 ‘괴물’이 오가는 흐름 때문에 결국 삭발은 안했고 숏커트를 하게 됐어요.”


지난해 ‘벤허’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왕용범 연출과 손을 잡은 카이는 “배우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존 배우들을 향한 배려가 큰 왕 연출가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프랑켄슈타인’의 기존 배우들을 향한 존중이 크셨던 걸로 안다. 그래서 먼저 기존 배우들과 협의 후에 새로운 배우들도 투입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벤허’도 다시 재연이 올라가면 약간 기대를 하고 있다”라며 “흑심일지 모르지만 초연 배우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빅터’들과의 호흡은 어떨까. 카이는 “류정한 형부터 전동석 그리고 민우혁 모두 다 달라서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누구와 하더라도 다 좋은 연기 호흡을 펼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가 정한이 형과는 같은 역할을 해서 서로 연기호흡을 한 적은 없어요. 형은 참 믿음직스러워요. 형을 배우로서 존경하는 건, 연기를 하실 때 너무 넘치지도, 부족하지 않은 적당한 선을 지키신다는 거예요. 그런 점을 보면 닮고 싶어요. 전동석도 무대에 함께 오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통해서 전동석이라는 배우의 장점을 훨씬 많이 알게 된 것 같고요. ‘벤허’에서 상대 역할을 했던 민우혁은 제가 선망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가지지 못한 점을 가진 배우죠. 배우에게 있어서 좋은 본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인간적으로도 신뢰하고 멋있는 사람이죠.”

‘프랑켄슈타인’을 공연하면서 그가 체감하는 러닝타임은 4~5시간 정도라고. 모든 장면이 주옥같고 의미가 있기에 단 하나의 장면도 대충 넘어갈 수가 없단다. 그래서 조금 더 세심하게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 진정한 재탄생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다.

“죽었던 생명을 다시 살린다는 1차원적 생명창조가 아닌 한 사람의 도덕적 신념과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살아났을 때가 진정한 재탄생이 아닌가 싶어요. 결국 소설이나, 뮤지컬이나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인간의 본질적인 사랑이요. 또 ‘극’이라는 본질 위에 ‘사람’이라는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이 작품이 말해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요.”

→인터뷰②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EA&C, 쇼온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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