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권혁.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팬들에게 좌투수 권혁(35)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프리에이전트(FA)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2015시즌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두 시즌 반에 걸쳐 총 181경기(238.2이닝)에 등판한 그는 ‘투혼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는 김성근 전 감독 체제에서 끊임없이 불거진 ‘혹사 논란’과도 궤를 같이한다. 8월 17일자로 일찌감치 2017시즌을 마감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3년간 연평균 60경기, 1438구(총 4314구)를 던졌으니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권혁의 복귀 시기를 쉽사리 못 박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혁은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기대를 키웠지만,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군구장이 있는 서산에서 재활에 힘썼다. 초반에는 꾸준히 2군경기에 나서며 최고구속도 142㎞까지 나와 기대를 키웠지만, 5월 5일 함평 KIA 타이거즈와 2군경기 이후 허벅지 부상으로 두 달 넘게 쉬어야 했다. 한화는 올 시즌 강한 불펜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지만, 팬들은 권혁의 이름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불꽃을 태운 그의 공로를 잊지 못해서다.
다행히 기다림의 시간이 많이 길어지진 않을 듯하다. 지난 26일 2군 선수단에 등록됐고, 다음날인 27일에는 상동 롯데 자이언츠와 2군게임에 등판했다. 2군 등판도 83일만이었다. 이날의 기록은 1이닝(19구) 3안타 무4사구 1삼진 2실점으로 좋지 않았지만, 최고구속이 144㎞까지 나왔고, 평균구속도 143㎞를 찍었다. 복귀를 준비하는 선수에게 2군경기는 기록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다. 꾸준히 구속을 유지했다는 점도 호재다.
한 감독은 기존의 불펜이 지쳤을 때 베테랑 투수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을 최고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전반기 89경기에서 3.86이던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이 28일까지 후반기 11게임에선 5.08로 좋지 않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탓에 체력 관리의 중요성도 더 커졌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혹사의 시대’에 고생했던 베테랑들이 1군에서 활약하는 것만큼 좋은 그림도 없다.
한화 2군의 핵심 관계자는 29일 “권혁이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보니 구속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다. 시속 144㎞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보니 볼 끝에 힘이 더 붙으면 좋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권혁의) 몸 상태는 괜찮다. 1군에 올라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회복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