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지 않은’ 한국축구 신임사령탑, 협상 핵심은 진정성 & 선입관

입력 2018-07-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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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 스포츠동아DB

대한축구협회가 2022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할 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 선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출장을 다녀온 김판곤(49)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은 귀국 직후인 지난달 19일 서울 모처에서 선임소위원회 위원들과 2차 회의를 갖고 우선 협상 대상자들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군은 3명 안팎으로 압축됐고, 현재 1순위 후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축구계 인사들에 따르면 최근 북중미 멕시코와 결별을 사실상 확정한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8·콜롬비아) 감독, 현 이란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감독 등이 후보군에 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29일 “김 위원장이 당초 마련된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감독들을 포함해 최대한 다양한 후보들과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8월 초까지 신임 사령탑을 선임하기로 결정한 협회는 감독과 그와 동행할 코칭스태프의 몸값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나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다. 협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주입할 새 직장이 절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 4년 주기 월드컵이 끝난 지금은 좋은 인재(감독)를 모셔오려는 직장들(각 클럽·대표팀)이 차고 넘친다. 비슷한 조건으로는 전혀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가능성도 적지만 카타르월드컵까지 4년 임기를 보장하더라도 이름값이 높고 출중한 이력의 명장들에게 머나먼 동아시아에서의 도전은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앞서 김 위원장이 밝혔듯이 돈을 배제하고도 ‘철학과 방향이 뚜렷하고 절박하며 진정성을 갖춘’ 감독은 많지 않다.

더욱이 유감스럽게도 한국축구는 우리의 생각처럼 매력적이지 않다.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는 사실이 유명 감독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유럽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들과 관계자들은 “유럽축구계는 한국에 대해 언제라도 손쉽게 감독을 내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급여는 차질 없이 줘도 계약서 임기가 진짜 임기가 아니라고 여길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한국은 우직하지 않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라는) 특수한 경우도 있었지만 최대한 감독을 존중하고 믿는 일본과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도 (한국과) 비슷하나 적어도 그곳은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라도 있다”고 냉정하게 분석하기도 했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개최될 아시안컵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 앞서 경질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진 감독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과를 냉정히 살피기보다 일희일비하며 무작정 몰아세우는 현재의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당장은 물론 향후 벌어질 수 있는 감독 선임 협상에도 우리는 주도권을 갖지 못한 ‘을’의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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