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꼭 건강한 모습으로…” 한화 박정진의 아쉬움과 다짐

입력 2018-08-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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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정진.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박정진(42)은 KBO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다. 최영필 KT WIZ 코치가 2017년 6월 은퇴(당시 KIA 타이거즈)를 선언한 뒤부터 그 타이틀을 가져갔다. 2018시즌을 앞두고 그가 2년 총액 8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것이 화제를 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철저한 자기관리와 실력으로 FA 계약까지 따낸 현역 최고령 투수는 리그에 큰 울림을 남겼다.

그러나 박정진은 올 시즌 아직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은 탓이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인 2015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69.3경기(총 208경기), 1352구(총 4062구)를 소화한 여파를 거스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투수도 사람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지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박정진에 대해 아쉬워했다. 한용덕 감독은 “기존의 불펜투수들이 지쳤을 때 베테랑 선수들이 올라와서 힘을 보태면 가장 좋지 않겠냐”며 박정진의 복귀를 기대했다.

박정진은 1999년 1차지명을 받아 한화에 입단한 뒤 단 한 차례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01년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2경기를 소화한 게 전부다. 정작 전성기를 연 2010시즌부터 팀은 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가을야구와 우승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2위 싸움을 하며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한화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서산에서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박정진은 1일 전화 통화에서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하루하루는 느리게 가는데, 1~2주는 금방 가더라”고 웃었다.


● 아쉬움, 그리고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박정진은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귀국길에 올랐다.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자 한 감독은 그가 2군구장이 위치한 서산에서 편안하게 재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그는 “FA 계약할 때는 체력 등 여러 방면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구단에서도 믿고 계약을 해주셨다”며 “그런데 스포츠맨들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전에 많이 던진 후유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캠프 때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귀국 후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하프피칭을 하던 중 어깨 통증을 느껴 쉬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박정진은 올스타 휴식기 직전에도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차일목 재활코치가 ‘스톱’ 사인을 냈다. “공을 완벽하게 던지는 게 중요하니 한 단계씩 천천히 하자.” 박정진은 곧바로 수긍했다. 그는 “아직 피칭 단계는 아니다. 롱토스를 하는 정도고, 8월 초에서 중순쯤 피칭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박정진. 스포츠동아DB


● “힘들지만 팀이 잘나가니 좋아”

박정진은 팀 성적 얘기부터 했다. 1군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베테랑 선수들은 2군에서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 수밖에 없다. 팬들께서도 ‘한화가 성적이 좋으니 그동안 고생했던 선수들이 같이 뛰면 좋겠다’고들 하신다”면서도 “다행히 팀이 잘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잘한다. 선수를 육성한다는 기조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덧붙여 “감독님도 놀라셨을 것이다. 새로운 선수들이 정말 잘 채워줬다. 서산에서 재활 중인 선수들도 놀랐다. 팀 입장에선 정말 잘된 일”이라고 밝혔다. 박상원과 서균 등 새 얼굴과 기존의 이태양, 김범수 등 젊은 계투진이 의기투합해 마운드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두고 한 얘기였다.


● “건강한 모습 보여주고파”

1군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러나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박정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한화가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팀이 아닌데도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한다. 아직 내가 올 시즌 1군 마운드에 서진 못했지만, 경기를 보면서 정신적으로 또 성장했다고 느낀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올해 꼭 1군 마운드에 올라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몸이 말을 들어야 한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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