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이 전환점” AG 남자배구 대들보 전광인의 진심

입력 2018-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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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대표팀 전광인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전광인은 “미쳐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코트에서 최대한 뛰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전광인(27·현대캐피탈)은 2014인천아시안게임(AG) 남자배구 동메달결정전이 끝난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동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준결승에서 패한 아픔을 잊기까진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전광인은 “지금(2014년) 대표팀 선수들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4년 전 프로 2년차 신예였던 그는 이제 V리그를 대표하는 전천후 선수로 한 뼘 더 성장했다. 2017~2018시즌 직후에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겼다(연봉 5억2000만원). 꾸준한 활약 덕분에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2018자카르타-팔렘방AG 대표팀에서도 그의 비중은 엄청나다. 쉴 틈 없이 상대 서브를 받아내고, 공격에도 가담해야 하는 레프트 포지션의 숙명이다. 최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전광인은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앞에 있는 것(AG)부터 먼저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AG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몸 상태는 어떤가.

“선수들 모두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볼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면서 포메이션도 점검하고 있다. 실전을 앞두고 있기에 부상 부위를 보강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개인 훈련을 통해 꾸준히 보강해서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FA 계약도 했고, 바쁜 오프시즌을 보냈다. AG가 끝나면 새로운 환경에서 호흡을 맞춰야 한다. 여러 생각을 하느라 다른 때보다 두 배는 더 힘들겠다.

“맞다. AG가 끝나면 바로 V리그 정규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머릿속이 조금은 복잡하다. 하지만 앞에 있는 것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AG부터 잘하고 그 다음에 새로운 팀(현대캐피탈)에서 새롭게 시작해야하지 않겠나.”


-인천AG 동메달결정전이 끝나고 아쉬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승을 못해본 지도 오래됐다. 대표팀에서 우승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무엇보다 남자대표팀의 AG 금메달이 너무 오랫동안 안 나왔다. 형들과 같이 할 수 있을 때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내고 싶은데, 그 기간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AG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팬들이 느낀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


-2014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무엇이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가.

“지금은 운동을 하며 자기 생각대로 움직일 수도 있고, 그만큼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다. 과거에는 틀에 갇혀 있었다면, 그 틀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4년 전에는 우리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다른 나라의 장점도 배워야 한다. 솔직히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 정말 많이 배워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나도 깨달은 게 많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대표팀 전광인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이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크겠다.

“솔직히 말한다면, 인천AG 결승전에서 이란의 플레이를 보면서 ‘4년 뒤에는 병역 문제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겠다’고 느꼈다. 그런데 지금 우리와 이란의 플레이를 비교해보면, 이란이 정점에 오른 것은 아니다. 조금씩 내려오는 추세다. 우리가 정말 잘한다면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동료들과도 얘기했다. ‘군 문제가 걸려있다고 해서 너무 억압받지 말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더 편하게 경기하자고, 최선을 다하되 그 문제에 얽매이지 말자’고 했다. 최선을 다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언제인가.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다. 그 이후가 솔직히 조금 아쉽다. 올해도 세계선수권을 못 나가게 됐는데, 언제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무대에 나가서 배구를 해보겠나 싶더라. 세계선수권과 같은 큰 대회가 선수들을 더 빨리 성장시키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전광인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키워드가 궁금하다.

“몸 상태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경기를 하면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컨디션을 관리한다고 해도 결국 훈련과 경기 직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다음날도 컨디션 기복 없이 볼 운동을 하거나 경기에 뛰어야 한다.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하며 경기하는 것이 관건이다. 커리어를 쌓으며 터득했다고 하지만, 좋을 때 경기를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많이 다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 실전을 앞두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전광인의 배구인생은 몇 %까지 왔나.

“50%다. 정확히 말하면 전환점이다. 한국전력에 있었던 시간은 정말 내게 엄청난 도움이 됐다.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게 정말 큰 결정이었던 이유다. 아직 50%가 남아있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에 걸맞게 남은 50%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한 키워드는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미쳐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만을 생각하고 집중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AG에서 모든 생각을 하나로 모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마음을 내려놓았다기보다는 결과를 내려놓은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하늘의 뜻이라고들 하지 않나. 우리가 부족한 게 있으면 그것은 다음에 채우면 된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린 코트에서 최대한 뛰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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