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김학범호, 원팀 만들어야 우승한다!

입력 2018-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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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 스포츠동아DB

만난 지 불과 0.3초면 호감과 비호감이 구분된다는 첫 인상은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처음 만난 짝꿍 얼굴이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선연한 걸 보면 굳이 심오한 연구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첫 인상의 효과는 짐작이 간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김학범(58) 감독의 첫 인상은 ‘사색’이다. 커피와 담배, 이 두 가지를 빼놓고 그를 논할 순 없다. 사색을 위한 장치들이다. 술을 못하는 대신 진한 커피를 즐긴다. 담배는 하루 3갑 이상의 줄담배다. 매캐한 담배 연기는 대화를 풀어낼 촉매제다.

또 다른 인상은 ‘공부’다. 그는 연구하는 지도자다. 박사학위(운동생리학)를 땄다는 건 그가 얼마나 성실했는지를 대변해준다. 365일 축구 생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늘 ‘아는 만큼 보인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몸과 마음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남미든 유럽이든 배울 곳이 있으면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났다. 그곳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어낼 힘을 길렀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지금의 밑천이 됐다.

이제 그 밑천을 써야할 시간이 왔다. 2014년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하는 아시안게임을 책임진다. 축구 지도자로서 사활을 걸어야할 무대다. 마음은 단단히 먹었다. 7월 31일 소집된 대표팀은 8일 현지로 출국한다. 키르기스스탄, 말레이시아, 바레인, UAE와 한 조에 속한 가운데 12일 시작하는 첫 경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조에 5개국이 편성돼 다른 조보다 빨리 시작하고, 경기를 더 많이 해야 하는 불리한 여건이다. 아울러 초반 9일간 4경기, 결승까지 갈 경우 3주간 8경기를 치러야하는 극한의 체력전이 기다린다. 유럽파들은 자카르타 현지에서 합류하기 때문에 손발 맞출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금메달의 목표가 흔들릴 순 없다. 그의 머릿속엔 오직 우승뿐이다. ‘김학범호’의 핵심 키워드를 통해 아시안게임 우승 가능성을 점쳐본다.


● 인맥은 없다!

명지대학교와 국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한 김 감독은 태극마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지도자 생활은 선수 때와는 달랐다. 공부한 만큼 성과를 냈다. 국민은행, 애틀랜타올림픽대표팀, 성남일화에서 코치를 했다. 허난 전예(중국), 강원, 성남FC, 광주에서는 수장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10여 년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열심히 한 덕분에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뎌낼 자신감도 생겼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그런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물이다.

엔트리 발표(7월 16일) 때 그는 진심을 보였다. 특히 논란이 됐던 와일드카드 황의조(감바 오사카)에 대해 설명할 때는 결연함마저 느껴졌다. “선수를 선발하는데 학연, 지연, 의리는 없다. 나도 이런 것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인연을 염두에 두는 지도자는 없다.” 선발 잣대는 선수의 컨디션이고, 오직 이기기 위해 선택한 카드다. 확신이 없다면 뽑지도 않았다. 그 판단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 기준이 팀에 보탬이 된다고 그는 믿는다. 황의조는 시즌 14호(리그 9호) 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으로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 축구대표팀의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훈련 모습. 스포츠동아DB


● 도전은 계속된다!

병역특례가 걸려있는 선수들은 우승이 절실하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이번 대회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이번에 성공해야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가능하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더 큰 꿈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승부를 건다. 취임 때 했던 말이 그의 마음가짐을 대변해준다. “책임이 막중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두렵다고 피해가고 싶지 않다. 이 도전을 꼭 승리로 보답 드리고 싶다. 약속드린다.”

도전은 곧 그가 걸어온 길이다. 꽃길이 아니었다.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도전을 해야 희망이 보인다는 걸 그는 몸으로 배웠다. 다행히 그는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화끈한 승부로 이긴다는 생각뿐이다. 그게 그의 강점이다.


● 로테이션이 관건이다!

그의 전술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특정한 전술에 집작하지 않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기의 고집을 버려야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자주 했던 말은 이랬다. “가장 먼저 우리가 갖고 있는 걸 생각해야한다. 그런 다음 상대의 전력에 맞춰 준비해야한다. 이게 기본이다. 그 다음엔 변해야한다. 현대 축구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거기에 적응해야 이길 수 있다. 항상 똑같으면 반드시 도태된다.”

이번 대회의 키워드는 로테이션이다. 이것도 변화의 일부다. 상대는 우리를 철저히 분석할 것이다. 특히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에 대한 집중 마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예상을 어떻게 역으로 이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월드컵과 시즌 준비로 바빴던 손흥민에겐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황희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활용하겠다는 게 감독의 복안이다. 마지막까지 버티기 위해 어떤 로테이션을 들고 나올지가 궁금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 스포츠동아DB


● 원팀을 만들어야 우승한다!

우리는 그동안 동남아 지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기후와 잔디가 걸림돌이었다. 숙박시설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빨리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빡빡한 일정도 걱정이다. 무더위 속에서 8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한다. 또 상대가 작심하고 우리의 골을 막기 위해 몸을 던진다면 득점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조급해지면 상대의 페이스에 말린다. 감독은 이런 변수들 때문에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걸 모두 발휘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강력한 원 팀을 만들어야한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와일드카드와 후배들 사이의 조화가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이게 흔들리면 모래알이 된다. 원 팀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결국 감독의 몫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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