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위원장. 스포츠동아DB
협회가 마련한 포트폴리오 10명에 포함된 우선접촉 대상(3명)부터 아직 일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나머지 여러 후보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접촉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이견을 좁혀가는 고된 작업이다. 감독 선임 절차를 시작하면서 김 위원장은 “(특정 인물들이) 먼저 (한국 감독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먼저 접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고 실제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물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름들이 거론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전 이란 감독과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 전 멕시코 감독 등이 김 위원장의 1차 유럽출장 직후 축구계 하마평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슬라벤 빌리치(50) 전 크로아티아 감독이 또 다른 후보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주말 빌리치 감독과 미팅을 했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는 않다. 당장 다음달 대표팀은 올 하반기 A매치 시리즈에 돌입한다. 9월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와 격돌한 뒤 1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남미 다크호스’ 칠레와 대결한다. 일본도 우리와 같은 상대들과 서로 일자를 달리해 자웅을 겨루기에 간접 비교가 될 수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번 달 중으로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이 완료돼야 한다. 8월 내 모든 협상을 마무리한 뒤 협회는 9월 3일부터 태극전사들을 소집해 신임 사령탑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수단 상견례는 물론, 대표팀이 향할 방향과 새로운 감독의 철학 및 비전을 두루 확인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계속 협상이 늦어진다면 협회가 9월 A매치 시리즈에 한해 감독대행 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전례가 있는 만큼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쉬운 문제역시 아니다.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을 책임졌던 신태용(48) 전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다른 국내 지도자들에게 부탁하는 것 역시 어렵다. 더욱이 새 감독과 동행할 외국인 코칭스태프의 구성에 따라 인원도 조정해야 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중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절차를 밟겠다. 시간을 많이 끌지도 않겠으나 서둘지도 않겠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한국축구의 4년을 맡길 감독을 모시기 위한 고독하고 치열한 시간과의 전쟁은 과연 언제쯤, 또 어떻게 막을 내릴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