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AG 스토리] 그랜드슬래머 김현우, 당신은 이미 레슬링 레전드

입력 2018-08-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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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레슬링대표팀 김현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남자 레슬링 간판스타 김현우(30·삼성생명)에게 아시안게임(AG)의 의미는 각별하다. 4대 국제대회 석권을 의미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대회가 바로 2014년 인천AG(그레코로만형 75㎏)여서다. 2010년 아시아선수권과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인천AG 금메달로 커리어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 레슬링 역사에 그랜드슬래머는 박장순(현 대표팀 총감독)과 심권호, 김현우 세 명이 전부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판정 논란과 팔이 탈골되는 부상을 당하고도 동메달을 따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레전드’의 자격이 충분한 레슬러다.

김현우는 늘 외친다. “나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린 자는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이 말은 그가 ‘레전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점(死點) 훈련’으로 악명 높은 레슬링대표팀의 강훈련에 대해서도 “생사를 넘나드는 지옥훈련은 당연히 버텨야 한다. 힘들지만 즐겨야 한다”고 의연함을 보인다. 기량이 워낙 뛰어난데다 만족을 모르는 성격과 노력을 더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인천AG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레전드라는 수식어는 부끄럽다”고 손사래를 친 것도 만족을 모르는 그의 성격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당시 결승전에서 김현우에게 패한 가나쿠보 다케히로(일본)는 “김현우를 선수로서 존경한다”며 ‘대단하다’는 뜻의 일본어인 ‘스바라시’를 연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김현우는 그런 존재다.

2018자카르타-팔렘방AG는 김현우 본인은 물론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무대다. 한국이 레슬링 강국으로 손꼽히던 과거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진 지금, ‘레전드’가 느끼는 책임감은 엄청나다. 목표도 금메달로 정했다. 그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1인자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던 다짐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후회 없이 준비하고, 후회 없이 경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유의 자신감은 그대로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김현우는 22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리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1회전 악졸 마크무도프(키르기스스탄)와의 맞대결로 여정을 시작한다. 금메달을 위해선 이란의 강자 모하마달리 게라에이도 넘어서야 한다.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김현우의 행보가 주목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가 레전드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변함이 없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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