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아이돌’ 양현종 앞에 장사진 친 후배들, 金만큼 값진 과외

입력 2018-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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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야구대표팀 양현종이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흡사 아이돌 스타와 팬의 모습 같다. ‘영건’들은 ‘대 투수’ 양현종(30·KIA 타이거즈)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졸지에 ‘과외 선생’이 된 그는 이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지상과제인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학습의 장이 양현종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나서는 야구 대표팀의 ‘에이스’는 단연 양현종이다. 선동열 감독이 아직 투수진 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양현종은 예선 첫 경기 대만전과 건곤일척의 결승전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현재 기량은 물론 국제대회 경험까지 그를 대체할 카드는 이번 대표팀에 없다.

양현종의 힘은 마운드 아래에서도 돋보인다.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은 소집 직후부터 “양현종 선배에게 이것저것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선발투수 임찬규(LG 트윈스), 최원태(넥센 히어로즈), 박종훈(SK 와이번스)과 불펜투수 함덕주(두산 베어스), 최충연(삼성 라이온즈)은 그를 자주 찾는 ‘단골’이 됐다.

배움의 내용은 제각각이다. 최충연의 목표는 슬라이더다. 아직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수받지는 못했지만,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본격적인 과외를 받을 태세다. 최충연은 “(양)현종 선배를 어깨 너머로 계속 지켜본다”며 “훈련 모습만 봐도 다른 선수들과 다른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감탄했다. 함덕주 역시 “현종 선배는 멋있다. 아직 깊은 대화를 못했는데, 게임하면서 친해지고 싶다. 변화구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점이 많다”고 밝혔다.

선발투수들은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 초점을 맞췄다. 최원태는 양현종을 ‘만렙(레벨이 최고라는 신조어)’이라고 칭했다. 그는 “이닝을 길게 가져가는 법부터 경기 전 루틴 등을 질문했다”며 학구열을 숨기지 않았다. 전반기의 성과를 후반기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점이 고민인 임찬규도 양현종을 찾았다. 몸 관리부터 긴 이닝 소화까지, 평소 양현종이 강조하는 ‘좋은 선발투수의 덕목’이 이들의 화두인 셈이다.

양현종은 “후배들이 먼저 다가온다. 내게는 고마운 일이다. 전부 잘하는 선수들 아닌가. 나도 알려주면서 또 한 번 내 야구 이론을 정립한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지상과제는 금메달이다. 선동열호의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수단이다. 이번 대표팀은 선발 과정부터 출국 직전까지도 팬들의 도마 위에 있지만 선동열 감독은 “금메달을 딴다면 여론은 진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메달이 전부는 아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후배들이 몇 계단 더 성장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한국야구의 자산이 된다. 국가대표팀이 주는 순기능이다. 양현종의 과외가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점이 반가운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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